닉 캐러웨이

보트가 물살을 거슬러, 초록 불빛과 마지막 여운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9화(결말)

보트가 물살을 거슬러, 초록 불빛과 마지막 여운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9화(결말)

9화. 보트가 물살을 거슬러 2년이 지난 지금,그날과 그다음 날은 오직 경찰과 기자들이 개츠비의 현관을 끝없이 드나들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누군가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썼고, 그 말이 다음 날 신문 기사의 논조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보도는 그로테스크하고 근거 없는 악몽 같은 이야기였다.심문에서 마이클리스의 증언이 윌슨의 의심을 밝혀냈을 때 나는 이 이야기가 온갖 저속한 풍자로 번질까 걱정했지만,캐서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놀랄 만큼 단호한 눈으로 검시관을 마주 보며, 동생이 개츠비를 만난 적도 없고 남편과 완벽하게 행복했으며 어떤 부정한 짓도 하지 않았다고 맹세했다.그렇게 윌슨은 "슬픔으로 실성한 남자"로 정리되었고, 사건은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나에게 본질에서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개츠비의 편에 서 있었고, 완전히 혼자였다.그가 그 집 안에서 몇 시간이고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동안, 나는 이 일이 내 책임이라는 걸 깨달았다.아무도 진심으로 관심 갖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견한 지 삼십 분 만에 나는 거의 본능처럼 데이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그녀와 톰은 그날 오후 일찌감치 짐을 챙겨 떠난 뒤였다."남긴 주소 없나요?""없습니다.""언제 돌아온다는 말은?""몰라요." 사흘째 되던 날,미네소타의 한 마을에서 헨리 C. 개츠라는 서명이 담긴 전보가 도착했다.즉시 출발하니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장례식을 미뤄달라는 내용뿐이었다. 그날 밤, 몹시 겁먹은 목소리의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와 내 이름을 먼저 확인한 뒤에야 자기 이름을 밝혔다.클립스프링어였다. "장례식은 내일이야." 내가 말했다."세 시, 여기 집에서. 관심 있을 만한 사람들한테 좀 전해줘." "아, 그럴게." 그가 서둘러 말했다."물론 딱히 만날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당연히 자네는 올 거지?" "물론 최선을 다해 볼게. 그런데 내가 전화한 건..." 그는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그리니치 쪽 사람들 집에 머물고 있는데, 내일 나랑 같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어서. 소풍 같은 게 있거든." 나는 참지 못하고 "허!" 소리를 냈고, 그도 들었는지 서둘러 덧붙였다."실은 전화한 이유는 그 집에 두고 온 신발 한 켤레 때문인데.집사한테 좀 보내달라고 부탁해도 될까? 테니스화인데, 그게 없으면 좀 곤란해서." 나는 이름의 나머지 부분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장례식 날 아침, 나는 마이어 울프심을 만나러 뉴욕으로 갔다.개츠비의 이름을 대자 이내 그가 두 손을 내밀며 엄숙하게 나타났다. "그를 처음 만났던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그가 말했다."군대에서 막 나온 젊은 소령, 훈장을 잔뜩 달고 있었지만 정작 정장 살 돈이 없어서 계속 군복을 입고 다녔지.43번가 와인브레너의 당구장에 와서 일자리를 찾던 게 처음이었어요.며칠을 굶은 상태였지.'나랑 점심이나 먹지' 했더니 삼십 분 만에 4달러어치도 넘게 먹더군요." "이제 그는 죽었습니다." 잠시 후 내가 말했다."가장 가까운 친구셨으니, 오늘 오후 장례식에 오고 싶으실 것 같아서요." "가고 싶긴 하지." "그럼 오세요." 그의 콧수염이 살짝 떨렸고, 고개를 젓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그럴 수가 없어. 얽히고 싶지 않아.사람이 죽는 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아.젊었을 땐 달랐지.친구가 죽으면 어떻게 죽었든 끝까지 함께했어.정말 그랬어. 끝까지." "살아있을 때 우정을 보여주는 법을 배워야지, 죽고 난 뒤가 아니라." 그가 말했다."그 뒤로는, 나는 뭐든 그냥 내버려두는 게 원칙이야." 그날 오후 나는 이슬비 속에 웨스트에그로 돌아왔다.옆집에 가보니 개츠 씨가 흥분한 채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지미가 나한테 이 사진을 보냈어." 그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귀퉁이가 다 닳고 여러 손을 탄 개츠비의 저택 사진이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홉얼롱 캐시디』라는 책을 꺼냈다.뒤표지를 펼쳐 나에게 보여줬다.마지막 면지에는 "일과표"라는 글자와 1906년 9월 12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기상 오전 6시. 아령 운동과 담벼락 오르기 6:15~6:30... 그 아래로는 다짐 목록이 이어졌다.셰이퍼스에서 시간 낭비하지 않기,매주 유익한 책이나 잡지 한 권 읽기,매주 5달러(줄을 긋고 3달러로 고쳐) 저축하기,그리고 마지막 한 줄. 부모님께 더 잘하기. "우연히 발견한 책이야." 노인이 말했다."이것 좀 보라고, 안 그런가?" "정말 그렇네요." "지미는 뭐가 돼도 될 놈이었어.늘 이런 다짐 같은 걸 세워두곤 했지.자기 정신을 향상시키는 것에 대해 적어둔 거 보이나?"세 시가 조금 못 되어 플러싱에서 루터교 목사가 도착했고,나는 저도 모르게 다른 차가 오는지 창밖을 살피기 시작했다.하지만 소용없었다.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섯 시쯤 세 대의 차로 이루어진 행렬이 굵은 이슬비 속에 묘지 입구에 멈춰 섰다.묘지 문으로 들어서는데 차 한 대가 멈추고 누군가 젖은 땅을 첨벙거리며 우리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돌아보니, 석 달 전 어느 밤 개츠비의 서재에서 책이 진짜인지 감탄하고 있던 그 부엉이 눈 안경의 사내였다. "집엔 못 갔어요."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런! 세상에나, 예전엔 수백 명씩 그 집에 몰려갔었는데." 그는 안경을 벗어 다시 닦았다. "가엾은 놈." 그가 말했다. 가장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예비학교에서, 나중엔 대학에서 크리스마스마다 서부로 돌아가던 순간들이다.시카고, 밀워키 앤드 세인트폴 철도의 흐릿한 노란 객차가 게이트 옆에서 크리스마스 그 자체처럼 명랑하게 서 있던 모습. 기차가 겨울밤과 진짜 눈 속으로,위스콘신의 작은 역들이 흐릿한 불빛과 함께 스쳐 지나갈 때, 공기 속에 문득 날카롭고 거친 활력이 감돌았다.그 낯설고 강렬한 한 시간 동안 우리는 이 땅과 하나가 되었다는 걸 뼛속 깊이 느꼈다가, 이내 다시 그 안으로 구분 없이 녹아들었다. 그것이 나의 중서부였다.젊은 날 설레며 돌아가던 그 기차들, 서리 낀 어둠 속 가로등과 썰매 방울 소리, 불 켜진 창문이 눈밭에 드리우던 호랑가시나무 화환의 그림자. 이제 알겠다. 이건 결국 서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는 걸.톰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던, 그리고 나까지, 우리 모두 서부 출신이었고,어쩌면 우리에게는 동부 생활에 은근히 적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공통된 결핍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동부가 나를 가장 흥분시킬 때조차, 나에게 동부는 늘 어딘가 뒤틀린 느낌이었다.특히 웨스트에그는 지금도 내 기이한 꿈속에 종종 등장한다.엘 그레코의 밤 풍경처럼, 음침하게 드리운 하늘과 광채 없는 달 아래 백여 채의 집들이 웅크린 모습으로.개츠비가 죽은 뒤로 동부는 나에게 그렇게, 도무지 바로잡을 수 없을 만큼 뒤틀린 채로 씌어 있었다. 떠나기 전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조던 베이커를 만나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 그리고 그 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다.그녀는 큰 의자에 완전히 가만히 누워 귀 기울여 들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이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고 알렸다.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놀란 척했다. "그래도 자기는 나를 차버렸어." 조던이 불쑥 말했다."전화로 나를 차버렸잖아. 이제 자기한텐 관심 없지만, 그건 나한테 처음 겪는 일이라 한동안 좀 어지러웠어."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몇 주 뒤 나는 5번가에서 톰 뷰캐넌과 마주쳤다.그는 앞서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왜 그래, 닉? 나랑 악수하기 싫어?" "싫어. 내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잖아." "자네 미쳤군." 그가 재빨리 말했다. "톰," 내가 물었다. "그날 오후에 윌슨한테 뭐라고 한 거야?"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봤고, 사라진 그 몇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내 짐작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돌아서려는데 그가 따라와 내 팔을 붙잡았다.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그가 말했다."우리가 떠날 준비를 하는데 그 남자가 문 앞에 나타나서, 우리가 없다고 전했는데도 억지로 위층까지 올라오려 했어.내가 그 차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으면 나를 죽일 만큼 미쳐 있었어.그 남자는 집 안에 있는 내내 주머니 속 권총에 손을 얹고 있었다고." 그는 반항적으로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내가 말해줬다고 해서 뭐? 그 자식은 자업자득이었어.개를 치듯 머틀을 치고는 차를 세우지도 않았잖아." 나는 할 말이 없었다.오직 말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 빼고는. 나는 그를 용서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었지만,그가 한 일이 그 자신에게는 완전히 정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부주의하고 뒤엉켜 있었다.톰과 데이지는 부주의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그 거대한 부주의함 속으로 물러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이 어질러놓은 걸 치우게 내버려두었다. 나는 그와 악수했다.하지 않는 게 오히려 우스울 것 같았다. 내가 떠날 때까지 개츠비의 집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토요일 밤이면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다.그 눈부신 파티들이 여전히 생생해서, 정원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떠나기 마지막 날 밤, 트렁크는 싸두었고 차는 식료품점 주인에게 팔았다.나는 다시 한번 그 거대하고, 어수선하게 무너져버린 저택을 보러 건너갔다.하얀 계단 위에는 어느 소년이 벽돌 조각으로 휘갈긴 상스러운 낙서가 달빛 아래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나는 신발 밑창으로 그것을 긁어 지웠다.그러고는 해변으로 내려가 모래 위에 몸을 뉘였다. 큰 해변 저택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해협 건너 페리보트의 흐릿하게 움직이는 불빛 말고는 거의 아무 빛도 없었다.달이 점점 높이 떠오르며 대수롭지 않은 집들은 하나둘 녹아 사라지고,서서히 나는 이 오래된 섬, 신세계의 싱그러운 초록빛 젖가슴 같던 그 옛 땅을 알아차렸다. 짧고도 매혹적인 그 한순간,나는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그 초록 불빛을 처음 발견했을 때 개츠비가 느꼈을 경이로움을 떠올렸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에 이르기까지 아주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그는 몰랐다.그 꿈은 이미 그의 등 뒤, 도시 너머 저 광막한 어둠 속 그 아득한 곳에 남겨져 있었다는 걸.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조금씩 멀어져가는, 열광으로 가득한 미래를. 그때는 손에 닿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내일은 좀 더 빨리 뛰고, 팔을 좀 더 멀리 뻗으면 되니까…그리고 어느 맑게 갠 아침엔... 그렇게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물살을 거스르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 물살을 거스르는 조각배처럼, 고전의 깊은 여운을 8가지 다양한 향미의 일킬로 드립백 커피 한 잔과 함께 음미해 보세요.

그해 여름의 마지막 아침, 찬란했던 꿈의 비극적 종말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8화

그해 여름의 마지막 아침, 찬란했던 꿈의 비극적 종말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8화

8화. 그해 여름의 마지막 아침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 잤다. 해협 위로 무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나는 기괴한 현실과 사납고 무서운 꿈 사이를 반쯤 앓듯이 오갔다. 새벽녘, 개츠비의 진입로로 택시 한 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침대에서 뛰쳐나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그에게 경고할 일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아침까지 미루면 늦을 것 같았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보니 현관문은 아직 열려 있었고, 그는 낙담인지 졸음인지 모를 무게로 홀의 탁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그가 힘없이 말했다."기다렸는데, 네 시쯤 그 애가 창가에 와서 잠깐 서 있다가 불을 껐어." 담배를 찾아 그 커다란 방들을 함께 뒤지던 그날 밤, 그의 집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하게 느껴졌다.낯선 탁자 위에서 시가 상자를 발견했는데, 안에는 말라비틀어진 시가 두 개비뿐이었다.프랑스식 창문을 활짝 열고, 우리는 담배를 피우며 어둠을 향해 앉아 있었다. "떠나는 게 좋겠어." 내가 말했다. "차는 분명히 추적당할 거야." "지금 떠나라고, 형씨?" "애틀랜틱시티로 일주일쯤, 아니면 몬트리올로." 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데이지가 어떻게 할지 알기 전까지는 그녀 곁을 떠날 수 없었다.그는 마지막 희망 하나를 붙들고 있었고, 나는 차마 그걸 뿌리쳐 뗄 수 없었다. 그날 밤 개츠비는 댄 코디와 함께한 젊은 시절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제이 개츠비"라는 존재가 톰의 냉혹함 앞에서 유리처럼 깨져버렸고, 오랫동안 감춰온 화려한 자기 연출이 막을 내렸기 때문이었다.이제 그는 무엇이든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데이지에 관한 것뿐이었다. 데이지는 그가 처음 알게 된 "좋은 집안"의 여자였다.그 집을 숨 막힐 만큼 강렬하게 만든 건 데이지가 거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에게는 진영의 텐트만큼이나 대단한 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일상이었을 뿐.이미 많은 남자가 데이지를 사랑했다는 사실조차 그의 눈엔 그녀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데이지의 집에 있는 건 순전한 우연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그는 과거도 없는 무일푼의 청년, 언제 벗겨질지 모르는 군복 한 벌을 걸친 존재였다.그래서 그는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손에 넣을 수 있는 걸 게걸스럽게, 거리낌 없이 취했다.그리고 마침내, 고요한 10월의 어느 밤 데이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정말로 그럴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경멸할 만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의도적으로 데이지에게 안정감을 심어주었다.자신이 그녀와 비슷한 계층 출신이며, 실제로는 그럴 만한 여력이 전혀 없었는데도 그녀를 온전히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경멸하지 않았고, 상황도 그가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어느새 그는 성배를 좇는 일에 스스로를 던져 넣어버렸다.데이지가 비범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좋은 집안"의 여자가 얼마나 비범할 수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부유하고 충만한 삶으로 사라져버렸고, 개츠비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그녀와 결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내가 그 애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형씨.한동안은 그 애가 나를 차버리기를 바라기도 했어.그런데 안 그러더라고, 그 애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상관없어졌어.위대한 일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앞으로 뭘 할지 그 애한테 말해주는 게 더 즐거운데." 전쟁에서 그는 남달리 잘 해냈다.아르곤 전투 이후 소령으로 진급해 사단 기관총 부대를 지휘했다.휴전 이후 필사적으로 귀국하려 했지만, 어떤 착오로 대신 옥스퍼드로 보내졌다. 데이지의 편지에는 초조하고 절망적인 기색이 짙어졌다. 데이지는 젊었고, 그녀의 세계는 난초 향기와 유쾌한 속물근성으로 가득했다.그러면서도 그녀 안의 무언가는 사랑이든 돈이든,눈앞에 닿는 확실한 무언가에 의해 지금 당장 자신의 인생이 정해지기를 갈구했다. 그 갈망은 그해 봄 한가운데, 톰 뷰캐넌의 등장과 함께 형태를 갖췄다.그의 존재와 지위에는 건강한 무게감이 있었고, 데이지는 그것에 우쭐했다.그 소식이 담긴 편지가 아직 옥스퍼드에 있던 개츠비에게 도착했다. 이제 롱아일랜드에는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우리는 아래층 나머지 창문들을 열어 잿빛에서 금빛으로 바뀌어가는 빛으로 집을 채웠다. "나는 그 애가 그를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 안 해." 개츠비가 창가에서 돌아서며 나를 도전적으로 바라보았다."오늘 오후 그 애가 몹시 흥분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줘야 해.그가 나를 무슨 싸구려 사기꾼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겁을 준 거야." 그는 침울하게 자리에 앉았다. "물론 처음 결혼했을 무렵엔 잠깐 그를 사랑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도 나를 더 사랑했을 거야, 알겠지?" "어쨌든," 그가 문득 기묘하게 덧붙였다. "그건 그냥 개인적인 문제였어." 그가 이 일을 얼마나 강렬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짐작해볼 뿐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홉 시쯤 우리는 포치로 나갔다.밤사이 날씨가 확 바뀌어 공기에 가을 냄새가 배어 있었다.개츠비의 예전 하인 중 마지막으로 남은 정원사가 계단 아래로 다가왔다. "오늘 수영장 물을 빼려고요, 개츠비 씨. 곧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배관에 문제가 자주 생겨서요." "오늘은 하지 마." 개츠비가 답했다. 그러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있잖아, 형씨, 나는 여름 내내 저 수영장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어." 시계를 보니 기차 시간이었다.도시로 가고 싶지 않았다.그보다는 개츠비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그 기차를, 그리고 다음 기차마저 놓치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전화할게." 마침내 내가 말했다. "그래, 형씨." 한편 재의 계곡, 밤새 조지 윌슨을 지켜보던 마이클리스는 그가 조금씩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그럼 그 남자가 그 애를 죽인 거야." 윌슨이 불쑥 말했다.마이클리스는 사고였다고 다독였지만 윌슨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알아. 그 차에 탄 남자였어. 그 애가 뭔가 말하려고 뛰쳐나갔는데, 그 남자가 멈추지 않은 거야." 새벽 다섯 시쯤, 창밖이 푸르스름해지자 윌슨은 오래 침묵하다 중얼거렸다."내가 그 애한테 말했어. 나는 속여도 신은 못 속인다고." 그는 뒤쪽 창문으로 걸어가 얼굴을 유리에 바짝 대었다.그가 바라보고 있던 건, 흩어져가는 밤사이로 막 떠오른 에클버그 박사의 창백하고 거대한 눈이었다. "신은 모든 걸 보고 계셔." 윌슨이 되뇌었다."저건 광고판이에요." 마이클리스가 알려주었지만,윌슨은 한참을 그 유리창에 얼굴을 댄 채 어스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밤새 함께 있어주던 다른 이웃이 돌아오자 마이클리스는 집에 돌아가 잠들었다.네 시간 뒤 서둘러 정비소로 돌아왔을 때, 윌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나중에 포트 루스벨트를 거쳐 개즈힐까지 추적되었다.그 뒤 세 시간 동안 행적은 사라졌다.오후 두 시 반, 그는 웨스트에그에 이르러 누군가에게 개츠비의 집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그러니까 그 시점에 그는 이미 개츠비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두 시, 개츠비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집사에게 전화가 오면 수영장으로 소식을 전해달라고 일러두었다.여름 내내 손님들을 즐겁게 해준 공기 매트리스를 가지러 차고에 들렀고, 운전기사가 바람을 넣는 걸 도왔다.그러고는 어떤 경우에도 오픈카는 밖으로 몰지 말라고 지시했다.앞바퀴 오른쪽 펜더 수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한 지시였다. 개츠비는 매트리스를 어깨에 메고 수영장으로 향했다.운전기사가 도와줄지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다.그는 곧 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집사는 잠도 자지 않고 네 시까지 기다렸다.혹시 그 소식이 온다 해도 전할 사람이 더는 없을 만큼 오래 기다렸다.개츠비 자신도 그 전화가 오리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이미 저 따뜻했던 옛 세계를 잃었고, 하나의 꿈과 너무 오래 함께 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낯설어진 하늘을 겁먹은 이파리들 사이로 올려다보며 장미라는 게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갓 돋아난 잔디 위 햇빛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새삼 깨달으며 몸을 떨었을 것이다.물질만 있을 뿐 현실감은 없는 새로운 세계,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들이마시며 정처 없이 떠도는 세계.형체 없는 나무들 사이로 자신을 향해 미끄러져 오는 저 잿빛의 기묘한 형체처럼. 울프심의 부하 중 하나였던 운전기사가 총소리를 들었다.나중에 그는 그 소리를 딱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만 말했다. 나는 역에서 곧장 개츠비의 집으로 차를 몰았고, 서둘러 현관 계단을 오르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처음으로 불안하게 만든 신호였다.운전기사와 집사와 정원사, 그리고 나까지 넷은 서둘러 수영장으로 내려갔다.수영장 물은 한쪽 끝에서 새로 흘러든 물살이 배수구 쪽으로 밀려가며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파도의 그림자라고도 할 수 없는 잔물결과 함께, 무언가를 실은 매트리스가 수영장을 불규칙하게 떠다녔다.낙엽 무더기가 스치자 매트리스는 천천히 회전하며, 컴퍼스의 다리처럼 물 위에 가는 붉은 원 하나를 그렸다. 우리가 개츠비를 데리고 집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을 때, 정원사가 조금 떨어진 잔디밭에서 윌슨의 시신을 발견했다.그렇게 이 참사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 오랜 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쓸쓸함과 여운, 향기로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드립백 커피 한 잔과 함께 깊어지는 고전의 매력을 음미해 보세요.

아무도 초대받지 않은 파티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3화

아무도 초대받지 않은 파티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3화

3화. 아무도 초대받지 않은 파티여름밤마다 옆집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푸른 정원 사이로 남녀가 나방처럼 오갔다.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빛 사이를. 오후 밀물 시간이면 손님들이 뗏목 탑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뜨거운 백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겼고, 모터보트 두 대가 해협의 물살을 가르며 아쿠아플레인을 끌고 다녔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아침 아홉 시부터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사람들을 도시와 저택 사이로 실어 나르는 버스가 되었고, 스테이션왜건은 노란 벌레처럼 잽싸게 움직이며 모든 기차를 마중 나갔다. 그리고 월요일이면 정원사까지 포함한 여덟 명의 하인들이 온종일 걸레와 솔과 망치와 정원용 가위를 들고 전날 밤의 흔적을 지우느라 분주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뉴욕의 과일가게에서 오렌지와 레몬 다섯 상자가 배달됐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이면 그 껍질들이 즙 다 빠진 채로 산더미처럼 뒷문을 빠져나갔다. 적어도 이 주에 한 번은 케이터링 업체 사람들이 수백 피트짜리 천막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색색의 조명을 들고 찾아왔다. 뷔페 테이블 위에는 반짝이는 오르되브르 사이로 향신료 바른 햄과 화려한 무늬의 샐러드, 파이로 만든 돼지와 황금빛으로 구운 칠면조가 빼곡히 차려졌다. 저녁 일곱 시가 되면 오케스트라가 도착했다. 다섯 명짜리 초라한 편성이 아니라, 오보에와 트롬본, 색소폰과 비올, 코넷과 피콜로, 크고 작은 북까지 갖춘 커다란 악단이었다. 해변에서 마지막 수영객들이 올라와 위층에서 옷을 갈아입을 즈음이면, 진입로에는 뉴욕에서 온 차들이 다섯 겹으로 늘어서 있었다. 홀과 응접실과 베란다는 온갖 원색과 낯선 방식으로 자른 단발머리, 카스티야에서도 못 봤을 화려한 숄로 물들었다. 바에서는 술이 쉴 새 없이 오갔고, 칵테일 잔이 정원 곳곳을 떠다니며 수다와 웃음, 스쳐가는 농담과 그 자리에서 잊히는 소개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 나는 그 첫날 밤, 실제로 초대받은 몇 안 되는 손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대받지 않았다. 그냥 왔다. 자동차를 타고 롱아일랜드까지 실려 왔고, 어찌어찌 개츠비의 문 앞에 도착했다. 그 토요일 아침, 로빈스에그 블루 제복을 입은 운전기사가 우리 집 잔디를 가로질러 와서는 놀랍도록 격식 차린 쪽지 한 장을 건넸다. 서명은 위풍당당한 필체로 "제이 개츠비"라 적혀 있었다. 흰색 플란넬을 차려입고 일곱 시가 조금 넘어 그의 잔디밭으로 건너갔다. 모르는 사람들의 소용돌이 사이를 다소 어색하게 걸어 다녔다. 유독 눈에 띈 건 잘 차려입은 젊은 영국인들이었다. 다들 조금은 굶주린 표정으로, 여유롭고 부유해 보이는 미국인들에게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뭔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이 근방에 굴러다니는 손쉬운 돈의 냄새를 맡고, 적당한 말 몇 마디면 그게 자기 것이 될 거라 확신하는 눈치였다. 조던 베이커가 대리석 계단 위에 나타나 몸을 살짝 뒤로 젖힌 채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녕!" 나는 정원을 가로질러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여기 계실 것 같았어요." 그녀가 무심히 답했다. "옆집 사신다는 거 기억나서요⁠—" 우리는 함께 정원을 거닐다 그 두 여자와 남자 셋이 앉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루실이라는 여자가 지난번 파티에서 의자에 걸려 드레스를 찢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개츠비가 이름과 주소를 물어보더니, 일주일도 안 돼 크루아리에 상점에서 새 이브닝드레스가 배달됐다고 했다. 265달러짜리, 가스블루 빛깔에 라벤더 구슬 장식이 달린 드레스였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도 참 웃기죠." 다른 여자가 열띤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누구하고도 문제 일으키기 싫은 거예요." "누가요?" 내가 물었다. "어이없다니까요." 두 여자가 다시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독일에서 그 사람이랑 같이 자랐다는 사람한테 직접 들었어요." "아니, 그건 아니에요." 처음 말을 꺼낸 여자가 말했다. "그 사람 전쟁 때 미국군에 있었잖아요." 그녀는 다시 열을 올렸다. "가끔 아무도 안 볼 때 그 사람 표정을 보세요. 분명 사람을 죽인 적 있다니까요." 다들 개츠비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딱히 속삭일 게 별로 없는 이 세상에서, 그를 둘러싼 소문이 이렇게나 무성하다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낭만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인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첫 번째 만찬이 시작되자 조던이 정원 반대편 자기 일행에게 나를 데려갔다. 삼십 분쯤 지나 조던이 속삭였다. "나가자, 여긴 나한테 너무 점잖아." 우리는 개츠비를 찾아 나섰다. 바에도, 베란다에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에 띄는 문 하나를 열자 영국산 오크로 장식된 높은 고딕풍 서재가 나타났다. 어느 외국의 폐허에서 통째로 옮겨온 듯한 방이었다. 뚱뚱한 중년 남자가 커다란 부엉이 눈 안경을 쓰고 취한 채 탁자 끝에 걸터앉아, 불안정한 집중력으로 책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그는 흥분한 듯 몸을 돌려 조던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떻게 생각해요?” 그가 다짜고짜 물었다. “뭘요?” 그는 서가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저거요. 사실 확인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확인했으니까. 진짜예요.” “책이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진짜라니까요. 페이지도 다 있고. 그냥 튼튼한 판지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완전히 진짜예요. 페이지도 있고…… 여기! 내가 보여줄게요.” 그는 우리가 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서가로 달려가 《스토더드 강연집》 1권을 들고 왔다. “봐요! 이게 진짜 인쇄물이라고요. 이 친구 완전 벨라스코급이네. 대단한 성과예요. 이 철저함 좀 봐요! 이 사실감 좀 봐요! 어디서 멈춰야 할지도 알더라고요. 페이지도 안 잘랐어요. 그런데 대체 뭘 바란 거죠? 뭘 기대한 거예요?” 그는 내 손에서 책을 낚아채 황급히 서가에 꽂았다. 그리고 벽돌 하나만 빠져도 도서관 전체가 무너질 거라고 중얼거렸다. 정원으로 돌아오니 캔버스 무대 위에서 춤이 한창이었다. 나이 든 남자들이 젊은 여자들을 우아함이라곤 없이 뒤로 밀어붙이며 영원히 원을 그리듯 돌고 있었고, 세련된 커플들은 구석에서 몸을 뒤틀며 춤을 췄다. 자정 무렵엔 흥이 절정에 달했다. 유명 테너가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불렀고, 악명 높은 콘트랄토가 재즈풍으로 노래를 불렀다. 곡과 곡 사이에는 사람들은 정원 곳곳에서 "묘기"를 부렸고, 행복하고 공허한 웃음소리가 여름 하늘로 솟구쳤다. 나는 여전히 조던과 함께였다. 내 또래쯤 되는 남자와, 걸핏하면 자지러지게 웃는 시끄러운 여자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제야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씻는 그릇만큼이나 큰 샴페인을 두 잔쯤 마셨더니, 눈앞의 풍경이 뭔가 의미심장하고 근본적이며 심오한 것으로 바뀌어 보였다. "낯이 익네요." 그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전쟁 때 1사단에 계시지 않았어요?" "네, 맞아요. 28보병연대였습니다." "저는 16연대에 1918년 6월까지 있었어요. 어디서 뵌 적 있다 싶었죠." 이름을 물어보려던 참에 조던이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즐거워지셨어요?" "훨씬요." 나는 다시 옆자리 남자를 돌아봤다. "저한테는 좀 특별한 파티예요. 아직 주인도 못 봤거든요. 이 개츠비라는 사람이 운전기사 편에 초대장을 보냈더라고요." 그는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개츠비입니다." 그가 불쑥 말했다. "네?" 나는 놀라 외쳤다. "아, 죄송합니다."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제가 좋은 주인은 못 되나 봅니다."그가 미소 지었다. 단순히 이해한다는 미소가 아니었다. 살면서 네다섯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영원한 안도감을 품은 그런 희귀한 미소였다. 그 미소는 한순간 온 세상을 마주하는 듯하다가, 이내 오롯이 당신 한 사람에게만 쏠렸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딱 그만큼만 이해했고, 당신이 최선의 모습일 때 전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인상을 정확히 받았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러다 정확히 그 순간, 미소는 사라졌다. 그리고 내 눈앞엔 서른을 한두 살 넘긴, 세련된 젊은 불량배 하나가 서 있었다. 개츠비 씨가 자기 이름을 밝히던 그 순간, 집사가 서둘러 다가와 시카고에서 전화가 왔다고 알렸다.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씀만 하세요." 그가 나에게 당부했다. "실례합니다. 나중에 다시 합류하죠." 그가 사라지자 나는 곧바로 조던을 돌아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사람이 개츠비예요?" 내가 물었다. "아세요?" "그냥 개츠비라는 남자예요." "언젠가 옥스퍼드 출신이라고 하긴 했어요." "근데 저는 안 믿어요." "그냥 거기 다녔을 것 같지가 않아요." 개츠비가 루이지애나의 늪지대나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출신이라 해도 나는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남자가 이렇게 아무 데서나 불쑥 나타나 롱아일랜드 해협에 궁전 같은 집을 사들이는 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다. 베이스 드럼 소리가 울리더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목소리가 솟아올랐다. "개츠비 씨의 요청으로, 블라디미르 토스토프 씨의 신작을 연주해드리겠습니다. '재즈로 쓴 세계사'입니다!"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내 눈은 대리석 계단 위에 홀로 서서 이 무리 저 무리를 흡족한 얼굴로 둘러보는 개츠비에게 가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를 손님들과 갈라놓는 건지도 몰랐다. 여자들이 강아지처럼 남자들 어깨에 머리를 기댔지만, 개츠비의 어깨에는 아무도 기대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개츠비의 집사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서 있었다. "베이커 양? 개츠비 씨께서 잠시 단둘이 말씀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거의 두 시가 다 되었을 때, 서재 문이 열리며 조던과 개츠비가 함께 나왔다. 조던은 잠시 멈춰 나와 악수를 나눴다. “방금 정말 놀라운 얘기를 들었어요.”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가 얼마나 오래 그 안에 있었죠?” “한 시간쯤이요.” “정말 놀라운 일이었어요.” 그녀가 멍하니 되풀이했다.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이렇게 당신을 애태우고 있네요.” 그녀는 내 앞에서 우아하게 하품했다. “꼭 한번 찾아와요. 전화번호부를 찾아보면 돼요. 시고니 하워드 부인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우리 이모예요.”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서둘러 떠났고, 갈색 손을 경쾌하게 흔들어 인사를 건넨 뒤 문 앞에 모인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나는 처음 온 자리에서 너무 늦게까지 머문 것이 조금 부끄러워, 개츠비 주위에 모여 있던 마지막 손님들 쪽으로 갔다. 나는 일찍부터 그를 찾았지만 정원에서 만나지 못했다는 것과, 그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을 사과하고 싶었다. “별말씀을요.”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형씨.” 그는 내 어깨를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수상비행기 타는 거 잊지 말고요.” 그때 그의 뒤에서 집사가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알겠어요. 잠깐만요. 곧 간다고 전해줘요. … 잘 자요.” “잘 자요.” “잘 자요.” 그가 미소 지었다. “잘 자요, 형씨. … 잘 자요.” 하지만 계단을 내려서며 보니 그날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에서 오십 피트쯤 떨어진 곳, 열두어 개의 헤드라이트가 기괴한 광경 하나를 비추고 있었다. 도랑 옆, 바퀴 하나가 떨어져 나간 채로 똑바로 서 있는 새 쿠페 한 대였다. 긴 코트를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도로 한복판에 서 있었다. "봐요!" 그가 설명했다. "도랑에 빠졌어요." 아까 개츠비의 서재에 있던 그 손님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자동차 기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예요? 벽을 들이받았어요?” “나한테 묻지 마세요.” 부엉이 눈 안경의 남자가 이 일에는 자신이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운전에 대해서도 거의 몰라요. 그냥 이렇게 됐고, 내가 아는 건 그게 다예요.” “운전도 못하면서 밤에는 왜 운전을 했어요?” "근데 나는 몰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몰려고 하지도 않았다니까요." 구경꾼들 사이로 경외에 찬 침묵이 흘렀다. "죽고 싶어요?" "바퀴 하나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아세요! 몰지도 않으면서 운전을 못 한다니!" “이해를 못 하시네요.” 그 남자가 설명했다. “나는 운전한 게 아니에요. 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길게 늘어지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쿠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잠시 유령 같은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아주 천천히, 창백하고 흐느적거리는 한 사람이 커다랗고 불안정한 댄스화를 끌며 잔해에서 걸어 나왔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시고 끊임없는 경적 소리에 정신이 없던 그는 잠시 비틀거리다가 코트 입은 남자를 알아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 "기름 떨어졌어요?" "저길 봐요!" 여섯 손가락이 잘려나간 듯한 바퀴를 가리켰다. 그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위를 올려다보았다. "빠졌나 보네요." 누군가 설명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우리가 멈췄다는 것도 몰랐어요." 한참 침묵이 흐르더니, 그는 길게 숨을 들이쉬고 어깨를 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유소가 어디 있는지 좀 알려주실래요?" 적어도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바퀴와 차체가 이제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사실을 그에게 설명해주었다. "후진해봐요. 리버스 넣고." "근데 바퀴가 빠졌잖아요!" "해봐서 나쁠 건 없죠." 경적 소리가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몸을 돌려 잔디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했다.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얇은 조각달이 개츠비의 저택 위로 떠 있었고, 아직 환하게 빛나는 그의 정원에서 웃음소리와 소음이 여전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밤은 처음처럼 다시 고요해지고 있었다. 창문들과 커다란 현관에서 갑자기 텅 빈 느낌이 밀려나와, 작별 인사를 하듯 손을 든 채 현관에 서 있는 그 집주인만을 완전한 고립 속에 남겨두었다. 지금까지 쓴 것을 다시 읽어보니, 마치 몇 주 간격으로 벌어진 그 세 번의 밤만이 나를 온통 사로잡았던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그 일들은 붐비는 여름날의 사소한 사건들에 지나지 않았고, 한참 뒤까지도 내 개인적인 일들만큼 나를 사로잡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엔 일을 했다. 이른 아침이면 태양이 내 그림자를 서쪽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가운데 나는 로어 뉴욕의 하얀 협곡 같은 거리들을 서둘러 지나 프로버티 신탁회사로 향했다. 다른 직원들과 젊은 채권 판매원들의 이름을 다 외웠고, 그들과 어두운 식당에서 소시지와 으깬 감자, 커피로 점심을 때웠다. 저지시티에 사는 회계부서 여자와 짧게 연애도 했지만, 그녀의 오빠가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해서 7월에 그녀가 휴가를 떠났을 때 조용히 흘려보냈다. 저녁은 대체로 예일 클럽에서 먹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게 하루 중 가장 우울한 일과였다. 그러고는 위층 도서관으로 올라가 한 시간쯤 성실하게 투자와 증권 공부를 했다. 밤이 온화하면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 옛 머레이 힐 호텔을 지나 33번가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역까지 걸었다. 나는 뉴욕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느껴지는 그 활기차고 모험적인 기분, 끊임없이 명멸하는 사람과 기계들이 지친 눈에 안겨주는 만족감이 좋았다. 5번가를 걸으며 지나가는 여자들 가운데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를 골라, 몇 분 뒤면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는 것도 좋아했다. 마법에 걸린 듯한 그 도시의 황혼 속에서 나는 이따금 어떤 지독한 외로움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그 외로움을 보았다 — 창문 앞을 서성이며 홀로 저녁 먹을 시간만 기다리는 가난한 젊은 직원들. 한동안 조던 베이커를 보지 못하다가, 한여름이 되어 다시 만났다. 처음엔 그녀와 함께 다니는 게 우쭐했다. 그녀가 골프 챔피언이라 다들 그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그 이상의 감정이 됐다.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지만, 일종의 다정한 호기심 같은 게 생겼다. 세상을 향해 짓는 그 지루하고 오만한 얼굴 뒤에 뭔가가 숨어 있었다. 대개의 가식이 결국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듯이.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그게 뭔지 알게 되었다. 워릭에서 함께 하우스파티에 갔을 때, 그녀는 빌린 차의 지붕을 열어둔 채 빗속에 방치했다가 그 사실을 부인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녀의 첫 대형 골프 대회에서, 준결승 라운드 중 나쁜 자리에 있던 공을 옮겼다는 소문이 신문에 실릴 뻔한 소동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거의 스캔들 수준으로 번졌다가 사그라들었다. 캐디는 진술을 철회했고, 유일한 다른 목격자도 자기가 잘못 봤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사건과 이름은 내 기억 속에 계속 함께 남아 있었다. 조던 베이커는 영리하고 빈틈없는 남자들을 본능적으로 피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규칙에서 벗어나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여겨지는 그런 세계에 있어야 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구제불능으로 부정직했다. 자신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걸 견디지 못했고, 그런 성향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속임수를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여자의 부정직함은 깊이 탓할 일이 못 되니까 — 나는 그저 잠깐 안타까워했다가 곧 잊어버렸다. 자동차 운전에 관한 묘한 대화를 나눈 것도 바로 그 하우스파티에서였다. "운전 진짜 엉망이네요." 내가 항의했다. "더 조심하든가, 아예 운전을 하지 말든가 해야죠." "나는 조심해요." "아니요, 안 그래요." "뭐, 다른 사람들이 조심하겠죠."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내 앞은 알아서 피하겠죠. 사고는 둘이 있어야 나는 거예요." "당신처럼 부주의한 사람을 만나면 어떡해요." "그런 사람 안 만났으면 좋겠네요." 그녀가 답했다. "나는 부주의한 사람들이 싫거든요. 그래서 당신이 좋은 거예요." 햇빛에 그을린 그녀의 회색 눈은 앞만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방금 의도적으로 우리 사이의 관계를 한 걸음 옮겨놓은 셈이었고, 나는 순간 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느린 사람이라, 우선 고향에서의 그 얽힌 관계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미덕이 하나쯤은 있다고 믿는데, 내 경우엔 이거다. 나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정직한 사람 중 하나라는 것. 🍵 화려한 파티의 열기가 가라앉은 고요한 밤, 트와이닝 클래식 차 한 잔과 함께 깊은 여운을 즐겨보세요.

웨스트에그의 이방인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1화

웨스트에그의 이방인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1화

1화. 웨스트에그의 이방인 비판하고 싶어질 때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너만큼 유리한 조건을 갖고 태어난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라. 아버지가 오래전 건넨 이 한마디를, 나는 지금까지도 가끔 곱씹는다. 그 말만 하고 더는 덧붙이지 않았지만, 말수 적은 우리 부자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어서 나는 그 속에 훨씬 많은 뜻이 담겼다는 걸 알았다. 그 뒤로 나는 웬만해선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덕분에 다양한 사람의 속내를 알게 됐지만, 대학 시절엔 억울하게 "정치질하는 놈"이라는 오해까지 샀다. 판단을 유보하는 것도 결국은 무한한 희망의 문제다. 근본적인 품위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하게 나눠지는 법이니까. 그래도 이 관대함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지난가을 동부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이 세상이 좀 더 도덕적인 모습으로 영원히 멈춰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단 한 사람, 개츠비만은 예외였다. 이 책에 이름을 빌려준 그 남자. 사실 그는 내가 진심으로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뭔가 근사한 구석이 있었다. 만 마일 떨어진 지진까지 감지하는 정밀한 기계처럼, 삶이 건네는 아주 작은 가능성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 다시는 만나기 힘들 만큼 순수한 희망의 재능이었다. 개츠비는 결국 괜찮은 사람으로 남았다. 문제는 그를 갉아먹은 것들, 그의 꿈을 뒤따라온 더러운 먼지 쪽이었다. 우리 집안은 중서부의 이 도시에서 삼대째 이름 있는 집안이었다. 할아버지의 형이 1851년에 이곳에 건너와 남북전쟁에는 대리인을 보내고 도매 철물업을 시작했고, 그 사업을 지금은 아버지가 이어받아 하고 있다. 1915년, 나는 아버지보다 딱 25년 늦게 뉴헤이븐(예일대)을 졸업했고, 얼마 뒤에는 사람들이 "지연된 게르만족의 이동"이라 부르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반격 작전이 어찌나 신났던지 돌아와서도 도무지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세상의 중심 같던 중서부가 이제는 세상의 변두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동부로 가서 채권업을 배우기로 했다. 온 집안 어른들이 마치 내 예비학교를 고르듯 진지하게 회의를 열고는 무거운 얼굴로 "그래, 그러렴" 하고 허락했다. 아버지는 1년치 생활비를 대주기로 했고, 나는 1922년 봄, 이번에야말로 영영 정착할 생각으로 동부로 왔다. 회사 동료와 통근 가능한 마을에 집을 빌리기로 했지만, 마지막 순간 그가 워싱턴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나는 혼자 시골로 내려갔다. 개 한 마리(며칠 만에 도망가버렸지만)와 낡은 닷지 자동차, 아침마다 핀란드어로 뭐라 중얼거리며 식사를 챙겨주는 가정부가 내 전부였다. 혼자라 며칠은 좀 외로웠다. 그러다 어느 아침, 나보다 더 최근에 이사 온 듯한 남자가 길에서 나를 붙잡았다. "웨스트에그 마을은 어떻게 가나요?"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길을 알려주었다. 걸어가면서 나는 더는 외롭지 않았다. 나는 안내자였고, 최초의 정착민이었다. 그렇게 햇살과 함께 나뭇잎이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걸 보며, 나는 여름과 함께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듯한 익숙한 확신을 느꼈다. 읽을 책도 많았다. 금융과 신용, 투자증권에 관한 책을 열두 권이나 사서 책장에 꽂아두었다. 금박 표지가 마치 조폐국에서 갓 나온 새 화폐처럼 반짝였다. 미다스와 모건, 마이케나스만 알던 반짝이는 비밀들을 곧 나에게도 펼쳐 보여줄 것 같았다. 내가 북미에서 가장 기묘한 동네 중 하나에 집을 얻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뉴욕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온 좁고 소란스러운 섬, 그곳에는 자연이 만든 신기한 지형이 하나 있다. 도심에서 20마일 떨어진 곳, 만을 사이에 둔 두 지역은 거대한 달걀처럼 크기와 모양은 닮았지만, 그 안의 모든 것은 서로 달랐다. 나는 웨스트에그, 그러니까 덜 세련된 쪽에 살았다. 해협에서 불과 50야드 떨어진 작은 집이었지만, 양옆으로 거대한 저택이 들어서 있었다. 그중 오른쪽의 호화로운 저택은 노르망디의 시청을 닮은 탑과 대리석 수영장과 넓은 정원을 갖춘 곳으로, 바로 개츠비의 집이었다. 나는 아직 그를 알지 못했기에 그저 ‘그런 이름을 가진 신사가 사는 집’이라고만 생각했다. 초라한 내 집은 백만장자들의 저택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덕분에 바다와 이웃의 잔디밭을 누리며 그들과 이웃한다는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만 건너편, 세련된 이스트에그의 하얀 저택들이 물가를 따라 반짝였다. 이 여름의 이야기는 내가 톰 뷰캐넌 부부와 저녁을 먹으러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간 저녁부터 시작된다. 데이지는 나의 육촌이었고, 톰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뉴헤이븐에서 이름난 미식축구 선수였던 톰은 스물한 살에 이미 전성기를 누렸고, 넉넉한 집안 배경을 등에 업고 폴로용 조랑말까지 끌고 동부로 왔다. 데이지는 이번에는 정착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따뜻하고 바람 부는 저녁,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두 옛 친구를 만나러 이스트에그로 차를 몰았다. 집은 생각보다 훨씬 화려했다. 밝은 빨강과 흰색의 조지 왕조풍 대저택이 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잔디밭은 해변에서 시작해 4분의 1마일을 달려와 현관 앞까지 이어졌고, 화단을 지나 현관에 이르자 승마복 차림의 톰 뷰캐넌이 다리를 벌리고 현관에 서 있었다. 뉴헤이븐 시절보다 훨씬 거칠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서른 살의 그는 튼튼한 체격에 밀짚색 머리, 딱딱한 입매와 오만하게 빛나는 눈을 지닌 남자였다. 마치 무엇이든 힘으로 밀어붙일 듯한 기세가 온몸에 배어 있었고, 승마복의 부드러운 분위기로도 그 묵직한 힘은 감춰지지 않았다. 얇은 재킷 아래로 움직이는 어깨 근육은 그의 잔인할 만큼 강한 육체를 드러냈다. 거칠고 허스키한 테너 음성은 그런 인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조차 은근히 깔보는 말투가 배어 있었다. "내 의견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그저 내가 너보다 힘도 세고 더 남자답기 때문이지." 그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 괜찮은 곳을 마련했지." 그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했다. "원래 석유업자 드메인 소유였어. 안으로 들어가지." 높은 복도를 지나 밝은 장밋빛 공간으로 들어섰다. 양쪽 끝에 프랑스식 창문이 열려 바람이 방 안을 가로질렀고, 커튼이 창백한 깃발처럼 부풀어 올랐다. 방 안에서 유일하게 미동도 없는 건 커다란 소파뿐이었는데, 그 위에 두 젊은 여자가 마치 계류된 열기구처럼 둥실 떠 있었다. 한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소파 끝에 늘어져 누운 채, 턱을 살짝 든 모습이었다. 다른 한 명, 데이지는 일어나려는 시늉을 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우스꽝스럽고도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나 너무 행복해서 마비될 지경이야." 데이지는 다시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만나고 싶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고는 소파의 그 여자가 조던 베이커라고 낮은 목소리로 슬쩍 알려주었다.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톰은 요즘 읽었다는 책 이야기를 꺼냈다. "이건 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거야. 우리가 지배 인종이라는 거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른 인종들한테 다 뺏길 거라고." "우리가 눌러야지." 데이지가 타는 듯한 석양을 향해 짓궂게 눈을 찡긋하며 속삭였다. 집사가 다가와 톰의 귀에 뭔가를 속삭이자 톰은 얼굴을 찌푸리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데이지는 목소리를 낮추고 집사의 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톰과 데이지가 함께 돌아왔을 땐 "어쩔 수 없었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톰과 조던이 서재로 건너간 사이, 나는 데이지를 따라 앞쪽 현관으로 나갔다. "우리 서로 잘 몰라, 닉. 사촌인데도. 내 결혼식에도 안 왔잖아." "전쟁에서 아직 안 돌아왔을 때였어." "맞다. 나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어. 이제 웬만한 건 다 시니컬하게 봐." 나는 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있잖아, 얘 태어났을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듣고 싶어?" 딸이 태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을 때, 마취에서 덜 깬 채로 간호사에게 아들이냐 딸이냐부터 물었다고 했다. 딸이라는 대답에 고개를 돌리고 울었다고. "잘됐다, 딸이라서. 이 세상에서 여자한테 제일 좋은 건 예쁘고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거니까." 그렇게 중얼거렸다고 했다. 안에서는 톰과 조던이 카우치 양 끝에 앉아 있었다. 조던이 신문을 읽어주다가 일어났다. 내일 웨스트체스터에서 시합이 있다고 했다. "그 여자 좋은 애야." 톰이 말했다. "가족들이 그렇게 나돌아다니게 두면 안 되지." "누가 안 된대?" 데이지가 차갑게 물었다. 몇 분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시동을 거는데 데이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잠깐! 서부에서 누구랑 약혼했다는 소문 들었는데?" "그건 명예훼손이야. 나 그럴 돈도 없어." 두 사람의 이런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어딘가 혼란스럽고 조금 불쾌한 채로 그 집을 나섰다. 데이지라면 아이를 품에 안고 뛰쳐나올 법도 한데, 그럴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톰에게 "뉴욕에 여자가 있다"는 소문은, 그가 책 한 권 때문에 우울해했다는 사실보다는 오히려 덜 놀라웠다. 이미 한여름이었다. 웨스트에그의 집에 도착해 차를 넣고, 마당의 낡은 잔디 롤러 위에 잠시 앉아 있었다. 바람은 잦아들고 밤은 요란하고 밝았다. 고양이 한 마리의 그림자가 달빛 사이로 흔들리며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그 고양이를 좇던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50피트쯤 떨어진 곳, 이웃집 저택의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나와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유로운 몸짓과 잔디 위에 단단히 딛고 선 두 발이, 그가 바로 개츠비 씨라는 걸 짐작케 했다. 말을 걸어볼까 했다. 하지만 나는 부르지 않았다. 그가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걸 문득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어두운 바다를 향해 팔을 이상하게 뻗었다. 멀리서 봐도 그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바다 쪽을 돌아봤지만, 저 멀리 아주 작은 초록 불빛 하나만 보였다. 어느 부두의 끝자락쯤 될까 싶었다. 다시 개츠비 쪽을 봤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고요하지만 어딘가 술렁이는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 혼자였다. 다음 화 예고: 이 저택의 주인은 밤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그의 정체는 다음 화, 재의 계곡을 지나서야 조금씩 드러난다. 📖 작품을 더 깊이 읽고 싶다면, 이 책으로 이어서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