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계곡과 은밀한 욕망 — 위대한 개츠비 줄거리 2화
- Zipyears
- 27 Jul, 2026
2화. 재의 계곡

웨스트에그와 뉴욕 사이에는,
그 옆의 황량한 땅을 피해 도망치듯 자동차 도로가 철길과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있다.
4분의 1마일 남짓 이어지는 이 황량한 땅이 바로 재의 계곡이다.
재가 밀처럼 자라나 언덕과 이랑을 이루고, 기이한 정원까지 만들어내는 곳.
재는 집이 되고, 굴뚝이 되고, 피어오르는 연기가 되었다가, 초인적인 안간힘 끝에 잿빛 인간의 형상으로까지 자라난다.
그런데 그 잿빛 땅 위로, 조금만 눈을 들면 T. J. 에클버그 박사의 두 눈이 보인다.
파랗고 거대한 눈, 망막 하나의 세로 길이만 1야드에 달한다.
얼굴은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코 위에 걸쳐진 거대한 노란 안경테에서 그 눈만 튀어나와 있다.
비바람에 페인트가 벗겨진 그 눈은 그래도 여전히 이 황량한 쓰레기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재의 계곡 한쪽에는 작고 더러운 강이 흐른다.
바지선을 지나보내려 도개교가 올라갈 때면, 기차 승객들은 삼십 분 가까이 이 음울한 풍경을 멀거니 바라봐야 한다.
그 정차 시간 덕분에 나는 톰 뷰캐넌의 정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톰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여자가 궁금하긴 했어도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만나게 됐다.
어느 날 오후 톰과 함께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가던 중,
재의 계곡 근처에서 기차가 멈추자 그는 벌떡 일어나 내 팔을 붙잡고 거의 끌어내리다시피 나를 기차에서 내리게 했다.
“내리자.” 그가 우겼다. “내 여자를 소개해주고 싶어.”
점심 자리에서 꽤 마신 모양이었다.
나를 데려가겠다는 그 고집은 거의 강압에 가까웠다.
나는 하얗게 칠한 낮은 철길 울타리를 넘어 그를 따라갔다.
에클버그 박사의 시선을 받으며 백 야드쯤 걸었다.
황무지 한복판에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초라한 상점가가 하나 있었다.
세 개의 가게 중 하나는 임대 중이었고, 하나는 24시간 식당, 나머지 하나가 정비소였다.
“수리 — 조지 B. 윌슨 — 차량 매매.” 나는 톰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초라하고 텅 비어 있었다.
눈에 띄는 차라곤 어둑한 구석에 웅크린 먼지투성이 포드 한 대뿐이었다.
손에 걸레를 든 주인이 사무실 문 앞에 나타났다.
금발에 생기 없는 남자, 빈혈기가 도는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은근히 잘생긴 인상도 있었다.
우리를 보자 옅은 파란 눈에 축축한 희망의 빛이 스쳤다.
“어이, 윌슨.” 톰이 어깨를 유쾌하게 두드리며 인사했다. “장사는 좀 어때?”
“불평은 못 하죠.” 윌슨이 답했다. “그 차는 언제 팔아주실 겁니까?”
“다음 주. 지금 사람 시켜서 손보고 있어.”
“일 참 느리게 하네요.”
“그렇지 않아.” 톰이 차갑게 대꾸했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다른 데다 팔아버릴 수도 있어.”
그때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통통한 여자의 몸이 사무실 문에서 새어 나오던 빛을 가로막았다.
서른다섯 안팎, 살집이 좀 있었지만 그 살집을 관능적으로 걸치는 몇몇 여자들처럼 그녀도 그랬다.
딱히 이렇다 할 미모는 없었지만, 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계속 타오르는 듯한 생생한 활력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미소 지으며 남편을 마치 유령 취급하듯 지나쳐 톰과 악수했다.
“의자 좀 갖다 놔, 누구 앉게.”
“아, 그래.” 윌슨이 서둘러 대답하며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할 얘기가 있어.” 톰이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 기차 타고 올라와.”
“알았어요.”
그렇게 머틀 윌슨은 남편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사겠다는 핑계로 뉴욕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역 밖 가판대에서 그녀는 눈처럼 하얀 발을 가진 에어데일 한 마리를 10달러에 샀다.
머틀이 정한 아파트는 158번가 꼭대기 층이었다.
작은 거실, 작은 식당, 작은 침실, 그리고 욕실 하나.
벽에 걸린 유일한 그림은 지나치게 확대된 사진 한 장이었는데,
멀리서 보면 바위 위에 앉은 암탉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느 뚱뚱한 노부인의 초상이었다.
머틀의 어머니라고 했다.
전화로 부른 손님들이 도착했다.
머틀의 언니 캐서린은 서른 살 안팎, 붉은 단발머리를 끈적하게 뒤로 넘긴 세속적인 인상의 여자였다.
그리고 아래층에 사는 맥키 부부. 맥키 씨는 자신을 “예술 계통”에 있다고 소개했는데, 알고 보니 사진사였다.
캐서린이 내 옆에 와서 앉더니 물었다. “롱아일랜드 쪽에 사세요?”
“웨스트에그에 살아요.”
“정말요? 저 한 달쯤 전에 거기서 파티 갔었는데. 개츠비라는 남자네 집. 아세요?”
“옆집에 살아요.” “그 사람 카이저 빌헬름의 조카인가 사촌이래요. 돈이 다 거기서 나오는 거래요.”
“정말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 사람 좀 무서워요. 뭐 하나라도 약점 잡히기 싫거든요.”
캐서린은 목소리를 낮추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쟤는 진작 저 남자한테서 벗어났어야 했어요. 벌써 저 정비소 위에서 11년째 살고 있잖아요. 톰이 쟤 첫사랑이었으니 뭐.”
위스키 병이 두 번째로 돌기 시작했다.
나는 슬며시 빠져나가 부드러운 저녁 어스름을 걸으며 공원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어느 격렬한 언쟁에 붙잡혀 다시 의자로 끌려 들어갔다.
나는 안에도 있었고, 동시에 밖에도 있었다.
삶의 끝없는 다양성에 매혹되면서도, 동시에 넌더리가 났다.
머틀은 내 의자를 자기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더니, 따뜻한 숨결과 함께 톰을 처음 만난 이야기를 쏟아냈다.
“기차에서 마주 보는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늘 마지막까지 남는 그 두 자리 있잖아요. 그이는 정장 차림에 에나멜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역에 도착했을 때 그이의 하얀 셔츠 앞자락이 내 팔에 닿았어요. 그래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는데, 그이는 내가 거짓말인 걸 알았죠. 그때 계속 생각한 건 딱 하나였어요. ‘영원히 살 수는 없어, 영원히 살 수는 없어.’”

밤이 깊어갈수록 방 안의 소란도 커졌다.
자정 무렵, 톰과 머틀은 데이지의 이름을 입에 올릴 권리가 머틀에게 있는지를 두고 언성을 높였다.
“데이지! 데이지! 데이지!” 머틀이 소리쳤다. “내가 부르고 싶을 때 부를 거야! 데이지! 데이—”
짧고 정확한 동작으로, 톰 뷰캐넌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코를 부러뜨렸다.
욕실 바닥에는 피 묻은 수건이 널렸고,
여자들의 나무라는 목소리와 그 위로 길게 끊어지는 고통스러운 신음이 뒤섞였다.
졸고 있던 맥키 씨가 깨어나 얼떨떨하게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뒤돌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샹들리에에 걸어둔 모자를 챙겨 그를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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