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발도 들이지 못했던 그 대문을, 이제는 그가 두드린다 — 대지(The Good Earth) 줄거리 5화

지난 화 마지막에서 왕룽은 폭동의 밤 자신이 손에 쥔 금을 품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사라졌던 오란의 손 역시 빈손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화는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과,

그것을 발판으로 왕룽이 소작농에서 지주로 자리를 옮겨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평생 처음 가져본 욕심

대지 5화 이미지 1

고향으로 돌아온 어느 밤,

왕룽은 아내의 몸에서 단단한 것이 만져지는 것을 느끼고서야 오란이 그날 밤 무엇을 챙겨왔는지 알게 됩니다.

부잣집 안쪽 방에서 헐거운 벽돌 틈에 숨겨져 있던 보석 한 줌이었습니다.

그녀가 그런 곳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노비로 지내며 부자들이 재물을 숨기는 방식을 몸으로 익혀온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왕룽이 그 보석을 모두 땅으로 바꾸자고 하자,

오란은 그중 작은 진주 두 알만은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조심스레 청합니다.

지니고 다니거나 남에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끔 손에 쥐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이 소설에서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평생 자신의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가져본 적 없던 여자가 생애 처음으로 드러낸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라,

손안에 쥐고 바라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오란이라는 인물의 결핍과 소망이 동시에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몰락하는 저택, 떠오르는 농부

한때 왕룽이 감히 대문 안으로 발도 들이지 못했던 황씨 가문의 저택은, 이제 완전히 다른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도둑이 든 뒤 노비와 첩들은 흩어졌고,

늙은 주인은 살림을 시녀 한 사람에게 거의 맡긴 채 이름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왕룽은 보석과 금을 밑천 삼아 이 시녀와 협상해,

마침내 한때 담장 밖에서 올려다보기만 하던 그 가문의 땅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이 장면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신분 상승 이상입니다.

왕룽이 사들인 땅이 다름 아닌 그가 신부를 데리러 갔던,

평생 넘볼 수 없다고 여겼던 바로 그 집안의 땅이라는 사실은,

한 시대의 부와 몰락이 어떻게 자리를 맞바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주가 영원한 지주가 아니듯, 소작농도 영원한 소작농이 아니라는 것이죠.

넓어진 땅, 넓어진 거리

대지 5화 이미지 2

왕룽의 땅은 점점 넓어져, 이제 가족만의 힘으로는 다 돌볼 수 없는 규모가 됩니다.

그는 한때 나란히 밭을 갈던 이웃 칭을 일꾼 관리인으로 들이는데,

이는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왕룽과 땅 사이의 관계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그는 직접 흙을 만지는 사람이 아니라, 흙을 만지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왕룽은 자식들만큼은 땅을 잊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아이들을 밭으로 데리고 나가 흙을 만지게 합니다.

이 대목은 앞서 시녀가 남긴, 몰락한 집안이 몰락한 이유는 결국 땅을 떠났기 때문이라는 말과 맞닿아 있습니다.

왕룽에게 땅은 재산이자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뿌리였고,

그 뿌리를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넉넉해진 살림, 저물어가는 아버지

집안에 곡식이 쌓이고 살림이 여유로워지면서, 늙은 아버지는 손주들 틈에서 졸며 웃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평생을 가난 속에 살아온 그에게는, 이런 평온한 노년이야말로 더 바랄 것 없는 삶의 결실이었을 겁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였던 시절

이 시기의 왕룽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더없이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왕룽이 오랫동안 꿈꾸던 풍요는, 동시에 그의 삶과 가족을 변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등장하는 한 여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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