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말라의 죽음, 그리고 아들이라는 이름의 시련 — 싯다르타 줄거리 5화

재회하는 싯다르타와 뱃사공 바주데바

강가에 머물기로 마음먹은 싯다르타는 예전에 자신을 건네주었던 뱃사공 바주데바를 다시 찾아갑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몸에 걸친 화려한 옷뿐이었지요.

그는 그 옷을 뱃삯으로 내어주며 견습생이 되고 싶다고 청합니다.

바주데바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들였고,

그의 굴곡진 지난 이야기를 서두르는 기색 없이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뱃사공으로 살아가며 싯다르타는 강물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침묵하는 법, 그리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법이었습니다.

강물은 상류에도 하류에도, 폭포에도 바다에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시간이라는 것이 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세상 모든 목소리가 강물 속에서 하나로 어우러질 때, 그 소리는 결국 성스러운 ‘옴’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바주데바를 닮은 잔잔한 미소가 자리 잡습니다.

붓다 고타마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퍼지던 어느 날, 카말라도 어린 아들과 함께 순례길에 오릅니다.

그런데 나루터 근처에서 뜻밖의 사고가 벌어집니다.

독사에 물린 카말라가 쓰러진 것입니다.

그녀는 바주데바의 오두막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뜻밖에도 싯다르타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카말라는 그의 눈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눈빛 속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아 떠나려 했던 붓다의 평화를 이미 발견합니다.

그녀는 자신도 곧 그 평화에 이르리라 확신하며,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오래도록 지켜보던 싯다르타는 이상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늙고 지친 그녀의 얼굴 위로, 젊은 시절 붉게 빛나던 입술이 동시에 겹쳐 보였던 것이지요.

그 찰나 그는 생명이란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사랑하던 이를 떠나보낸 슬픔 한가운데서도, 아들을 얻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어떤 치유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는 바주데바와 함께 조용히 화장단을 세웁니다.

하지만 아들과의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레 낯선 가난 속에 던져진 아이는 마음을 굳게 닫고 오만하게 굴었습니다.

싯다르타는 온갖 허드렛일을 자처하며 아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지만, 바주데바는 그런 그를 조심스레 나무랍니다.

지나친 친절과 인내가 도리어 아이에게는 숨 막히는 벌이 될 수 있다고요.

물이 물을 만나듯, 아이도 원래 자신이 속했던 도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싯다르타는 그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평생 처음 겪어보는, 맹목적이고 강렬한 사랑이었습니다.

늘 경멸해온 ‘아이 같은 사람들’의 그 감정을, 그는 이제야 온전히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싯다르타에게 소리치는 화난 아들

그러던 어느 날, 참아왔던 것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싯다르타는 아버지 앞에서 발을 구르며 소리쳤습니다.

“차라리 살인자가 되어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아버지처럼 위선적인 사람은 되지 않겠어요!”

분노와 설움이 뒤섞인 말들이 쏟아졌고, 아이는 그대로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바주데바의 동전 바구니도, 배도 함께였습니다.

싯다르타는 이성을 잃은 채 숲을 헤치며 아들을 쫓아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카말라의 옛 정원 입구였습니다.

젊은 날 자신이 욕망에 몸을 던졌던 바로 그 자리였지요.

그는 그 앞에 서서, 자신이 걸어온 어리석은 길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오랫동안 길가에 웅크려 있던 그는, 마침내 아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은 여전히 마음을 태웠지만, 더는 쫓지 않기로 합니다.

뒤따라온 바주데바와 함께, 그는 말없이 나루터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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