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향한 두 번의 결별 — 싯다르타 줄거리 1화
- Zipyears
- 10 Jul, 2026
싯다르타는 브라만 사제의 아들로 태어나 풍요롭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총명한 눈빛과 단정한 걸음걸이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부모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자랑이었어요.
곁에는 늘 고빈다가 있었습니다.
그는 싯다르타의 걸음 하나, 말 한마디까지 사랑했고, 언젠가 친구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날이 오면 그림자처럼 뒤따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모든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싯다르타 자신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몸을 씻는 정결례도, 제사의 향도, 아버지의 가르침도 그의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했지요.
심지어 그가 가장 존경하던 아버지조차, 그토록 많이 알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배움이라는 것이, 정말 자신이 찾는 것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을 지나가는 세 사람을 보게 됩니다.
먼지와 피로 얼룩진 어깨에, 뼈만 남은 몸으로 세상과 인연을 끊은 듯 걷는 고행자, 사문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결연함이었고,
싯다르타는 그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직감합니다.

그날 저녁 그는 아버지 앞에 서서 사문이 되어 집을 떠나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오래도록 침묵하다가, 낮지만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그러자 싯다르타는 대꾸 대신 팔짱을 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섭니다.
마치 대답을 대신하듯이요.
밤이 깊어지고, 아버지는 잠들지 못한 채 몇 번이고 방을 들여다봅니다.
첫 번째 시간에도, 두 번째 시간에도 아들은 미동조차 없이 서 있었습니다.
화가 치밀다가도 근심이 되고, 근심은 다시 슬픔으로 바뀌어 갔지요.
아버지는 물었습니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서서 기다릴 셈이냐.”
싯다르타는 짧게 답할 뿐이었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밤이 다 지나고 첫 새벽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 무렵, 아버지는 아들의 무릎이 가볍게 떨리고 있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런데 얼굴만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두 눈은 여전히 먼 곳 어딘가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는 아들의 몸은 아직 이 방에 있지만, 그 영혼은 이미 이 집을 떠났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습니다. 이미 떠난 사람을 붙드는 일이 부질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대신 그곳에서 행복을 찾거든 돌아와 나에게도 가르쳐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에 싯다르타가 마을을 나설 때,
마지막 오두막 곁에 웅크려 있던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일어나 뒤를 따릅니다. 고빈다였습니다.
사문의 무리에 합류한 싯다르타는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습니다.
옷 한 벌만 걸친 채 보름씩, 스무여드레씩 곡기를 끊었고, 몸은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그가 바란 것은 단 하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완전히 비워지는 일이었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갈망도 남지 않은 텅 빈 마음이 되면, 그 너머에서 진짜 자신이 깨어날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명상 속에서 날아가는 백로의 몸으로 들어가 함께 날았고,
모래밭에 버려진 자칼의 사체 속으로도 스며들어 그것이 썩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다른 존재가 되어보아도, 눈을 뜨면 어김없이 다시 싯다르타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벗어났다고 믿는 순간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 굴레가, 그를 조금씩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싯다르타는 여기서 하나의 통찰에 이릅니다.
사문들의 고행이라는 것도, 결국 소달구지를 모는 이가 술 몇 잔으로 잠시 고단함을 잊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어요.
잠깐의 마비일 뿐, 거기서 돌아오면 세상은 조금도 달라져 있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평생을 수행에 바친 가장 나이 많은 사문조차 여전히 열반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며, 그는 확신하게 됩니다.
배우려는 마음, 그 갈망 자체가 오히려 진리에서 자신을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 무렵 마을에는 한 가지 소문이 퍼지고 있었습니다.
윤회의 고리를 끊고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사람, 고타마라는 이름의 붓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고빈다는 그 소식에 마음이 부풀었지만, 싯다르타는 여전히 담담했습니다.
다만 이 소문을 계기로, 오래 걸어온 사문의 길을 미련 없이 접기로 마음먹습니다.
두 사람이 떠난다는 말을 들은 가장 나이 많은 사문은 크게 노하며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러자 싯다르타는 조용히 그의 눈을 응시했습니다.
오랜 수행으로 벼려온 집중력으로, 노인의 의지를 그 자리에서 얼어붙게 만든 것입니다.
말도, 손짓도 멈춘 늙은 사문은 결국 더듬거리며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하고 말았습니다.
싯다르타에게는 사문들이 추구하는 물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신묘한 기적 따위는 애초에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가 원한 것은 놀라운 재주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로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어떤 진실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두 청년은 고타마가 있다는 곳을 향해, 다시 새로운 길 위에 발을 내디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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