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줄거리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 어린 왕자 줄거리 5화(결말)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 어린 왕자 줄거리 5화(결말)

5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부제: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세요목마름과 죽음이 눈앞에 닥친 사막에서, 두 사람은 우물 하나를 찾아 밤새 걷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린 왕자에게 약속했던 그날, 노란 뱀이 기다리고 있던 그 밤이 찾아와요. 여섯 살 소년의 상상 속 보아뱀 그림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이제 우주 전체보다 무거운 질문 하나를 남기고 끝을 맺습니다. "양이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11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전철수와 알약 상인 전철수를 만난 어린 왕자는 급행열차들이 요란하게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사람들은 자리를 바꿔가며 쉼 없이 어딘가로 실려 갔지만, 정작 무엇을 찾아 그토록 서두르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직 아이들만이 창문에 코를 대고 바깥을 바라보았어요. 헝겊 인형 하나에도 온 마음을 쏟을 줄 아는 아이들은, 그것을 빼앗기면 진심으로 울 줄도 알았습니다. 갈증을 없애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하게 해 준다는 알약 상인 앞에서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그 53분으로 뭘 하는데요?" "원하는 걸 하지." 상인이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어린 왕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저라면 그 시간이 생긴다면, 차라리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겠어요." 사막에서 찾은 우물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한 지 여드레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비행사는 남은 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마셔버렸어요. 목말라 죽을 위기 속에서도 어린 왕자는 엉뚱하게도 말했습니다. "저는요, 여우 친구를 사귄 게 참 기뻐요." 두 사람은 우물을 찾아 끝없는 모래밭을 걸었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별들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하자, 지친 어린 왕자가 조용히 속삭였어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새벽녘. 밤새 사막을 헤매던 두 사람은 마침내 도르래와 밧줄이 달린 우물을 발견했습니다. 어린 왕자가 밧줄을 당기자 오래 잠들어 있던 도르래가 낡은 바람개비처럼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은 단순히 갈증을 씻어주는 물이 아니었습니다. 별빛 아래를 함께 걸어온 밤과, 도르래의 노래, 그리고 비행사의 두 팔이 들인 수고가 하나로 빚어낸 선물이었어요. 물을 달게 마신 어린 왕자는 정원에 장미 오천 송이를 가꾸면서도 정작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는 지구 사람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사람들은 급행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서두르지만, 정작 무엇을 찾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안달복달하며 제자리만 맴돌죠."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습니다. "진정으로 찾는 것은 물 한 모금이나 장미 한 송이 안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이는 거예요." 비행사는 무거운 마음으로, 약속했던 양의 재갈을 그려 어린 왕자에게 건넸습니다. 노란 뱀과의 마지막 밤정확히 지구에 떨어진 지 1년이 되던 그날 밤이었습니다. 비행기 수리를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사는 낡은 돌담 위에 앉은 어린 왕자가 치명적인 독을 가진 노란 뱀과 밀어를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황급히 권총을 꺼내려 하자 뱀은 물줄기처럼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습니다. 창백해진 어린 왕자를 안아 들자 그가 말했어요. "오늘 밤, 내 별이 작년에 떨어진 바로 그 자리 위로 돌아와요. 이제 집으로 떠날 채비를 다 마쳤어요."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습니다. "몸이 너무 무거워서 두고 가야 해요. 그러니 죽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슬퍼하지 마세요. 그건 그냥 낡은 껍데기를 벗어놓는 것뿐이니까요." "이별의 선물을 남기고 갈게요."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웃는 별들이에요. 저는 저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에서 웃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오억 개의 별이 모두 방울처럼 웃는 소리를 듣게 될 거예요." 그날 밤 어린 왕자는 비행사를 떼어놓고 홀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발목 곁에서 노란 섬광이 번쩍였고, 뱀은 순식간에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어요. 그는 잠시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무가 쓰러지듯 아주 조용히 모래 위로 쓰러졌습니다. 동이 틀 무렵, 비행사는 어린 왕자가 남긴 흔적을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로부터 6년이 흘렀습니다.동틀 무렵 그의 몸을 끝내 찾지 못했기에, 비행사는 그가 별로 돌아갔다고 굳게 믿었어요. 밤마다 오억 개의 방울 같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는 조금씩 위안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칠 때가 있었어요. '재갈은 그려주었지만, 거기에 가죽끈을 다는 걸 깜빡했지.' 그러면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양이 장미를 먹어버렸을지, 아니면 어린 왕자가 유리 덮개를 씌워 꽃을 잘 지키고 있을지. 그 사소해 보이는 가능성 하나 때문에 온 우주의 의미가 송두리째 달라지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하다가 그 별빛 아래를 지나게 된다면, 부디 서두르지 말고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 주세요. 그리고 만약 웃음을 띤 금발의 아이가 다가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러니 부디 다정하게 대해주시고, 너무 늦지 않게,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 원작의 깊은 울림을 함께 할 번역본 보러 가기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 — 어린 왕자 줄거리 4화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 — 어린 왕자 줄거리 4화

8화. 111명의 왕이 사는 별, 지구 일곱 번째로 도착한 별은 지구였어요. 지구는 결코 평범한 행성이 아니었습니다. 왕이라는 왕을 모두 모으면 111명, 지리학자는 7천 명, 사업가는 90만 명, 술꾼은 750만 명, 허영쟁이는 무려 3억 1,100만 명. 어른들만 모두 합쳐도 대략 20억 명쯤 되는 거대한 별이지요.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여섯 대륙을 밝히기 위해 무려 46만 2,511명의 가로등지기가 필요했습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오페라 발레단의 군무 같았어요.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까지 차례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구는 쉼 없이 이어지는 빛의 바통을 단 한 번도 놓치는 법이 없었지요. 오직 북극과 남극의 가로등지기 두 사람만은 이 분주한 군무에서 비껴나 있었습니다. 그들은 1년에 단 두 번만 불을 켜면 되었으니까요. 방금 가로등지기들의 웅장한 군무를 늘어놓았지만, 실은 인류가 지구 위에서 차지하는 자리란 참으로 하찮은 것이에요. 20억 명이 광장에 모여 회의를 하듯 바짝 붙어 선다면, 가로세로 20마일 크기의 광장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인류 전체를 태평양의 작은 무인도 하나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어른들에게 이 말을 들려줘 봐야 곧이곧대로 믿어줄 리 없습니다. 저마다 자신이 바오밥나무만큼이나 거대하고 대단한 존재라고 굳게 믿고 살아가니까요. 그들을 납득시키고 싶다면 직접 계산해 보라고 권하면 됩니다. 숫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어른들은 틀림없이 그 제안을 반길 테니까요. 하지만 굳이 그런 무의미한 숙제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이 말을 믿으면 그만이에요. 지구에 도착한 어린 왕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몹시 당황했습니다. 혹시 별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지 두려워하던 찰나, 달빛을 머금은 고리 하나가 모래 위를 스르르 꿈틀댔어요."안녕." 어린 왕자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뱀이 대답했어요. "여긴 어느 별이야?" "지구야. 그중에서도 아프리카지." "아! 그럼 지구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여긴 사막이니까. 사막엔 사람이 없지. 지구는 아주 거대하거든." 어린 왕자는 돌 위에 걸터앉아 까마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별들이 저렇게 빛나는 건, 언젠가 누구나 자기 별을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밝혀주려는 게 아닐까." 아이가 중얼거렸어요. "내 별을 봐. 바로 우리 머리 위에 떠 있어. 그런데 참 아득하게 멀리 있네!" "아름답구나." 뱀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긴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야?" "꽃이랑 좀 힘든 일이 있었거든." 어린 왕자가 털어놓았어요. 둘 사이로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습니다. "사람들은 다 어디 있어?""사막에 혼자 있으니까 조금 외롭네." 어린 왕자가 정적을 깼어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뱀이 서늘하게 대꾸했습니다. 어린 왕자는 한참 동안 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너는 참 이상하게 생긴 짐승이구나. 손가락만큼 가느다랗고." "그래 봬도 나는 왕의 손가락보다 훨씬 힘이 세단다." 어린 왕자가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힘이 셀 리가. 넌 발도 없어서 여행조차 할 수 없잖아." "나는 세상의 어떤 배보다도 너를 훨씬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어." 뱀이 말했어요. 뱀은 마치 황금 팔찌처럼, 소리도 없이 어린 왕자의 발목을 휘감았습니다. "내가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 자신이 태어난 흙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하지만 너는 너무도 순수하고, 머나먼 별에서 왔으니……." 어린 왕자는 그저 말없이 뱀을 내려다볼 뿐이었어요. "너처럼 한없이 연약한 아이가 이 단단한 화강암투성이 지구에 서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쓰이는구나. 언젠가 네 별이 견딜 수 없이 그리워지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아,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겠어." 어린 왕자가 뱀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항상 수수께끼처럼 말하는 거야?" "나는 그 모든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존재니까." 뱀이 속삭였어요. 둘은 다시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어린 왕자는 뱀이 남긴 수수께끼를 등에 진 채 사막을 가로질러 걸었어요.9화. 내 장미는 특별하지 않았다 사막을 건너던 어린 왕자는 꽃 한 송이와 마주쳤습니다. 화려하지도 향기롭지도 않은, 꽃잎 세 장이 전부인 보잘것없는 꽃이었어요. 그의 별에 두고 온 우아한 장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이 볼품없는 꽃과의 짧은 대화는 그가 얼마나 아득하고 낯선 세상에 발을 들였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꽃에게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냐고 물었어요. "사람들? 옛날에 캐러밴이 지나가는 걸 본 적은 있어. 한 예닐곱 명쯤 될까? 지금 어디 있는지는 장담 못 해. 사람들은 뿌리가 없어서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거든. 참 고단한 삶이지." 어린 왕자에게는 낯선 이야기였습니다. 무릎 높이의 화산 세 개와 장미 한 송이가 세상의 전부였던 그에게 뿌리 없이 바람에 떠밀려 다니는 삶이란 상상조차 되지 않았어요. 그는 그저 "잘 가"라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꽃과 헤어졌습니다. 이후 그는 사람을 찾아 높은 산에 올랐어요. 그가 아는 산이라곤 제 무릎에 닿던 작은 화산 세 개가 전부였으니, 이렇게 높은 산에서라면 별 전체와 그 위의 모든 사람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리라 믿었지요. 하지만 막상 산 정상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날카롭게 솟구친 바위 봉우리들뿐이었습니다. "안녕." 그가 허공에 무작정 인사를 건넸어요. "안녕… 안녕… 안녕……." "누구야?" 물어도, "친구가 되어줘, 난 혼자야" 외쳐도, 돌아오는 건 제 목소리를 그대로 되비추는 메아리뿐이었습니다. '참 이상한 별이야. 메마르고 뾰족하고, 사람들은 메아리처럼 남의 말만 되풀이하잖아.' 내 별의 꽃은 늘 먼저 말을 걸어주었는데. 모래밭과 바위, 눈밭을 한참 헤맨 끝에 그는 길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모든 길은 결국 사람의 사는 곳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니까요. 길 끝에는 장미가 만발한 정원이 있었어요. 그가 인사를 건네자 장미들이 일제히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멍하니 꽃들을 바라보았어요. 하나같이 그가 별에 두고 온 장미와 똑같이 생겼거든요. 누구냐고 묻자, 꽃들은 입을 모아 "장미"라고 대답했습니다. 순간, 깊은 상실감이 그를 덮쳤어요. 그의 장미는 늘 자신이 온 우주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고 속삭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원 하나에만 서로 꼭 닮은 장미가 무려 오천 송이나 피어 있었지요. 만약 자기 별의 장미가 이 광경을 본다면 자존심이 상해 어쩔 줄 모를 것입니다. 창피함을 무마하려 발작적으로 기침을 해대며 죽어가는 시늉을 할 테고, 그러면 그는 진짜로 그 애를 돌보는 척 우왕좌왕해야만 할 터였어요. 그렇게라도 달래지 않으면 그 자존심 강한 장미는 정말로 시들어 죽어버리는 쪽을 택할 게 뻔했으니까요. 그는 문득 씁쓸한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가진 부자인 줄 알았어. 하지만 내게 있는 건 흔해 빠진 장미 한 송이와 무릎 높이의 화산 세 개, 그나마 하나는 영원히 꺼져버렸을지도 모를 사화산이 전부야. 이 정도로는, 나는 결코 대단한 왕자가 될 수 없어.' 그는 풀밭에 엎드려 소리 내어 울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울음 위로 여우가 나타났어요.10화. "길들인다"는 말의 의미풀밭에 엎드려 울고 있던 어린 왕자에게 낯선 목소리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린 왕자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받았지만, 돌아보아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나 여기 있어, 사과나무 아래."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우였습니다. 어린 왕자는 몹시 슬프다며 함께 놀자고 청했어요. 하지만 여우는 자신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으니 함께 놀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어린 왕자가 물었어요. 여우는 사람들이 요즘 거의 잊어버린 말이라며,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여우에게 어린 왕자는 십만 명의 다른 소년과 다를 바 없고, 어린 왕자에게 여우 역시 십만 마리의 흔한 여우 중 하나일 뿐이지요. 하지만 서로를 길들인다면 둘은 서로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그 말에 어린 왕자는 문득 자기 별에 두고 온 장미를 떠올렸어요. "내게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였나 봐." 여우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 그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몹시 흥미로워했습니다. "다른 별이라고? 그 별에 사냥꾼도 있어?" "아니, 없어." "그거 정말 흥미로운데! 그럼 닭은?" "없어." 여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세상에 흠 하나 없는 곳은 역시 없구나." 여우는 다시 차분히 말을 이었습니다. 여우의 삶은 닭을 쫓고 사람에게 쫓기는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었어요. 하지만 어린 왕자가 자신을 길들인다면 삶이 온통 환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는 자신을 굴속으로 숨게 하지만, 어린 왕자의 발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자신을 굴 밖으로 불러낼 거라고요. 여우는 한참을 침묵하다 어린 왕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저기 밀밭 보이지? 나는 빵을 안 먹으니 밀밭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어. 하지만 네가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으니, 네가 나를 길들이면 황금빛 밀밭이 너를 떠올리게 해줄 거야. 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마저 사랑하게 되겠지. 부탁이야… 나를 길들여줘!" "그러고 싶어." 어린 왕자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내겐 시간이 많지 않아. 알아가야 할 친구들도 있고, 찾아야 할 것도 많거든." 여우가 조용히 타일렀어요. "우리는 길들인 것만 알 수 있어.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진득하게 알아갈 시간조차 없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물건을 사기만 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가 없어.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 여우는 길들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없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요. 말은 오해를 낳기 마련이니까요. 다음 날 어린 왕자가 다시 찾아가자 여우가 말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아.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다 네 시가 되면 이미 안절부절못하며 기뻐하겠지.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게 되는 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언제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잖아. 그래서 의식이 필요해." "의식이 뭐야?"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들어주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은 목요일마다 마을 처녀들과 춤을 춰. 그래서 내게 목요일은 포도밭까지 산책하는 근사한 날이지.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똑같아져 내겐 쉬는 날이 하나도 없을 거야." 그렇게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습니다. 그리고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어요. "아, 나 울 것 같아."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건 네 잘못이야." "나는 네게 아무런 나쁜 뜻도 없었는데, 네가 길들여 달라고 원했잖아……"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그래, 맞아." 여우가 말했습니다. "근데 이제 울려고 하잖아!" "그래, 맞아." "그럼 넌 얻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얻는 게 있어." 여우가 말했어요. "밀밭의 색깔 덕분에."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다시 정원의 장미들을 보러 가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장미가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될 거라고 했어요. 어린 왕자는 오천 송이의 장미를 다시 마주했습니다. "너희는 내 장미와 전혀 달라.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지 않았으니까. 예전의 내 여우도 십만 마리의 흔한 여우와 같았지만, 내가 친구로 삼은 뒤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가 됐어." 장미들은 몹시 무안해했습니다. "너희는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치진 않을 거야. 내 꽃 역시 지나가는 사람에겐 너희와 다를 바 없겠지. 하지만 내게는 그 한 송이가 너희 모두를 합친 것보다 소중해. 내가 직접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지켜주었으니까. 나비를 위해 남겨둔 두세 마리 외엔 애벌레도 잡아주었고, 불평과 허풍, 심지어 침묵까지 들어주었지. 그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돌아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잘 있어." 그가 말했어요. "잘 가." 여우가 말했습니다. "이제 내 비밀을 알려줄게. 아주 간단해.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는 잊지 않으려 그 말을 되뇌었어요.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장미를 위해 바친 시간이야." 다시 그 말을 따라 중얼거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지만 넌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네게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는 거야." "나는 내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되뇌며 마음속 깊이 새겼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서, 문득 지독한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어린 왕자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그 길의 끝에서, 지구라는 별을 조금씩 이해하게 해 줄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 부드러운 바디감, 이디야 페르소나 드립백 커피 보기

어른들은 참 이상해 — 어린 왕자 줄거리 3화

어른들은 참 이상해 — 어린 왕자 줄거리 3화

3부. 여섯 개의 별, 여섯 어른부제: 어른들은 참 이상해5화. 아무것도 다스리지 않는 왕어린 왕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곳은 소행성 325호에서 330호 사이, 그중 첫 번째 별이었어요. 그곳에는 자줏빛과 흰담비 털옷을 두르고 위엄 있는 왕좌에 앉은 늙은 왕이 살았습니다. 신하가 단 한 명도 없는 아주 작은 별이었지만, 왕은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오, 신하가 왔군!" 하며 반색했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하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별이 온통 화려한 망토로 뒤덮여 앉을 곳을 찾지 못한 어린 왕자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선 채로 하품을 했습니다. 왕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즉각 하품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먼 여행 탓에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이번엔 당장 하품을 하라고 명령을 바꿨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권위가 무조건적인 존중을 받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왕은 본래 선한 사람이라, 백성이 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명령만 내렸습니다. 권위는 무엇보다 이성에 근거해야 하며, 바다에 뛰어들라고 명령하면 혁명이 일어날 거라는 게 그의 철학이었어요. 왕은 자신이 우주 전체의 별들을 다스리며, 별들조차 즉시 복종한다고 자랑했습니다. 그 절대적인 힘에 매료된 어린 왕자는 해가 지도록 명령해달라고 조심스레 부탁했어요. 원할 때마다 노을을 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왕은 통치의 지혜를 들먹이며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저녁 7시 40분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둘러댔습니다. 노을을 볼 수 없게 되자 실망한 어린 왕자가 길을 떠나려 하자, 신하를 잃기 싫었던 왕은 다급히 그를 법무대신으로 임명하려 들었어요. 재판할 사람조차 없는 별에서, 왕은 남을 재판하기보다 어려운 자기 자신을 재판해보라고 회유했습니다. 그마저 싫다면 밤마다 소리를 내는 늙은 쥐에게 사형을 선고하되, 별에 남은 유일한 쥐이니 매번 사면해서 살려주라는 억지를 부렸어요. 스스로를 재판하는 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사형 선고는 내리고 싶지 않았던 어린 왕자는 발길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떠나기 전 한마디를 더 보탰어요. "폐하께서 정확한 복종을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주실 수 있을 거예요. 1분 안에 떠나라고 명령하시면 될 텐데요. 지금이 딱 그럴 조건인 것 같습니다만."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내쉬고는 떠났습니다. 그 등 뒤로 왕은 서둘러 대사 임명장을 내리며 억지스러운 위엄을 지켰어요. 어린 왕자는 여행 내내 중얼거렸습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찬양만 듣는 허영쟁이두 번째 별에는 허영쟁이가 살았어요.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아! 드디어 나를 찬양하는 사람이 왔군!" 하며 환호했습니다. 허영쟁이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팬으로 보였지요. 어린 왕자가 우스꽝스럽게 생긴 모자에 관해 묻자, 허영쟁이는 사람들이 환호할 때 답례로 흔들기 위한 것이라며 손뼉을 쳐보라고 가르쳤어요. 어린 왕자가 손뼉을 치면 허영쟁이는 모자를 들어 겸손하게 인사했습니다. 왕의 별보다 흥미로웠다고 느낀 것도 잠시, 5분 남짓 같은 놀이를 반복하자 어린 왕자는 금세 지루해졌어요. 모자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허영쟁이의 귀에는 칭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뜸 어린 왕자에게 자신이 이 별에서 가장 잘생기고, 가장 옷을 잘 입으며,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존경해달라고 졸랐어요. 이 별엔 혼자뿐이지 않느냐는 핀잔에도 허영쟁이는 무작정 존경을 강요했습니다. 결국 어린 왕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존경할게요"라고 말해주었어요. 하지만 그깟 인정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허영쟁이의 별을 떠나며 다시 한번 생각했어요. "어른들은 정말 별나다."6화.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는 어른이번 별의 방문은 아주 짧았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만남이 어린 왕자를 가장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여기서 뭐 하세요?" 빈 병들과 가득 찬 병들을 늘어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에게 물었습니다. "마셔." 술꾼이 침울한 얼굴로 답했어요. "왜 마셔요?" "잊으려고." "뭘 잊으려고요?" 이미 안쓰러운 마음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부끄러운 걸 잊으려고." 술꾼이 고개를 떨구며 고백했어요. "뭐가 부끄러운데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다시 물었습니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럽지!" 술꾼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어린 왕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은 정말 별나다." 네 번째 별은 사업가의 별이었습니다. 어찌나 바쁜지 어린 왕자가 도착했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어요. "안녕하세요. 담뱃불이 꺼졌네요." "3 더하기 2는 5, 5 더하기 7은 12, 12 더하기 3은 15, 안녕. 15 더하기 7은 22, 22 더하기 6은 28. 다시 붙일 시간이 없네. 26 더하기 5는 31. 휴! 그러니까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이야." "오억이 뭐예요?" "응? 아직도 있었네? 오억… 몰라… 할 일이 너무 많아! 난 진지한 사람이야, 쓸데없는 데 시간 안 써!" "오억이 뭐냐고요." 평생 한번 던진 질문은 절대 포기한 적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어요. 사업가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 별에서 54년째 살면서 딱 세 번 방해받았어. 첫 번째는 22년 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풍뎅이 한 마리 때문이었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덧셈에서 오류를 네 개나 냈어. 두 번째는 11년 전, 류머티즘이 도졌을 때고. 세 번째가 바로 지금이야!" "오억이 뭐예요?" 사업가는 계산을 멈추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하늘에 있는 반짝이는 것들." "별이요?" "그래, 별." "그 오억 개 별로 뭘 하는데요?"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소유하는 거야." "별을 가졌다고요?" "응." "그런데 별을 소유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어요?" "부자가 되는 거지."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다른 별을 발견하면 또 사는 거지." '이 아저씨는 술꾼 아저씨랑 좀 비슷하게 생각하네.'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도 궁금해서 계속 물었습니다. "어떻게 별을 소유할 수 있어요?" "그럼 별들이 누구 거야?" 사업가가 퉁명스레 되물었어요. "몰라요. 아무도 아니지 않을까요." "그럼 내 거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거면 충분해요?" "당연하지.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 네 거야. 주인 없는 섬을 발견하면 네 거야. "그래서 나도 별을 소유한 거야. 나보다 먼저 그걸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걸로 뭘 해요?" "관리하지. 세고 또 세는 거야.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난 진지한 사람이니까!" 어린 왕자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저는 목도리가 있으면 목에 두르고 가져갈 수 있어요. 꽃이 있으면 그 꽃을 꺾어서 가져갈 수 있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을 딸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은행에 넣어둘 수는 있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작은 종이에 내가 가진 별의 개수를 적어. 그리고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잠그는 거야." '재밌네.' 어린 왕자는 생각했습니다. '시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다지 진지한 일은 아니야.'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 말하는 '진지한 일'에 대해 아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요," 어린 왕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매일 물을 주는 꽃이 하나 있어요. 매주 청소하는 화산도 세 개 있고요. 사화산도 청소해줘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가 화산들을 소유하는 건 화산에게도 도움이 되고, 제가 꽃을 소유하는 건 그 꽃에게도 도움이 돼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들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요…" 사업가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대답도 찾지 못했어요. 어린 왕자는 그렇게 그 별을 떠났습니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대단히 이상하다." 여행 내내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화산과 꽃을 아끼는 일과 별을 종이 위 숫자로만 남겨두는 일, 둘 중 무엇이 진짜 '소유'인지, 어린 왕자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7화. 명령만 따르다 잠들지 못하는 사람다섯 번째 별은 유난히 작고 기묘했어요. 가로등 하나와 그것을 켜고 끄는 가로등지기 한 사람이 겨우 머물 만한 크기였습니다. 인적 없는 하늘 한복판에 가로등과 가로등지기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 사람도 앞서 만난 왕이나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처럼 우스꽝스러울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그의 일에는 의미가 있어.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 꽃 한 송이가 새로 피어나고, 등을 끄면 그것들을 잠재우는 것과 같으니까.' 별에 도착한 어린 왕자가 정중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방금 왜 등을 끄셨어요?" "명령이니까. 안녕." "그게 무슨 명령인데요?" "가로등을 끄라는 명령이지. 안녕히." 그가 다시 등을 켰어요. "왜 다시 켠 거예요?" "명령이니까." "이해가 안 돼요." "이해할 건 없어. 명령은 그저 명령일 뿐. 안녕." 다시 등을 끈 그는 붉은 체크무늬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습니다. "정말 고된 직업이야. 옛날에는 합리적이었지. 아침에 끄고 밤에 켰거든." "그 뒤로 명령이 바뀌었나요?" "명령이 그대로라는 게 비극이지! 별이 해마다 점점 더 빨리 돌아서 이제는 1분에 한 바퀴씩 회전하는데, 명령은 바뀌지 않았어. 그래서 1분마다 불을 켜고 꺼야 해." "정말 재밌네요! 아저씨네 별에서는 하루가 1분이라니!" "하나도 안 재밌어.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거든." "한 달이요?" "그래, 30분이니까 30일이지! 안녕." 그는 다시 가로등을 켰어요. 어린 왕자는 명령에 그토록 충실한 가로등지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에 의자를 옮겨가며 노을을 좇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여 친구를 돕고 싶어졌어요. "원할 때 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별이 너무 작아서 세 걸음만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잖아요. 그저 해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돼요." "별로 도움이 안 돼. 내 평생소원은 잠을 자는 거거든." 가로등지기가 대답했습니다. "운이 없네요." "운이 없지. 안녕." 그가 다시 등을 껐어요. 길을 떠나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습니다. '다른 별의 왕이나 허영쟁이, 사업가들은 이 일꾼을 얕잡아 보겠지. 하지만 내 눈엔 그들 중 이 사람만이 우스꽝스럽지 않아. 어쩌면 그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어린 왕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친구로 삼고 싶었던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는데, 별이 너무 작아서 둘이 함께 머물 자리가 없어.' 사실 어린 왕자가 그 별을 떠나며 가장 아쉬워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노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차마 털어놓지 못했지요. 탁상공론에 빠진 지리학자여섯 번째 별은 앞선 곳보다 열 배나 거대했어요. 그곳에는 두꺼운 책을 집필하는 늙은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탐험가가 왔다며 환호했어요. 어린 왕자는 숨을 고르며 방대한 별을 감탄하듯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바다나 산, 사막도 있나요?" "그건 나도 모른다." 지리학자가 태연히 답했어요. 어린 왕자가 지리학자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반문하자, 그는 자신은 서재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지리학자는 산과 강을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탐험가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이란다. 만약 누군가의 기억이 흥미로우면 그의 도덕성부터 조사하지. 거짓말쟁이나 술꾼의 말을 믿었다가 책에 큰 재앙이 닥치면 안 되니까." 지리학자는 어린 왕자에게 탐험가가 되어 달라고 청했어요.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 있는 작은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하나, 그리고 꽃 한 송이에 대해 설명하자, 지리학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우리는 꽃은 기록하지 않아. 꽃은 덧없는 존재니까." "제 꽃이 제일 예쁜데, '덧없다'는 게 무슨 뜻이죠?" "지리책은 유행을 타지 않는 영원한 것들만 기록한단다. 바다가 마르거나 산이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지. 하지만 꽃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을 안고 태어나니까." '내 꽃은 덧없구나.' 어린 왕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 맞서 자신을 지킬 무기라곤 고작 가시 네 개뿐인데, 나는 그 애를 별에 혼자 남겨두고 와버렸어!' 지독한 후회가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덮쳤어요. 하지만 애써 슬픔을 누르고 지리학자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었습니다. "지구로 가보렴. 평판이 꽤 좋은 곳이거든." 어린 왕자는 홀로 남겨둔 장미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는 지리학자가 알려준 지구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어요.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가 추천한 마지막 목적지, 지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린 왕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뜻밖의 존재였어요. 🍵 고전의 여운을 향기로운 차 한 잔과 함께,런던프룻앤허브 티 컬렉션 보기

너를 길들이기 전에, 나는 너를 잃었다 — 어린 왕자 줄거리 2화

너를 길들이기 전에, 나는 너를 잃었다 — 어린 왕자 줄거리 2화

2부. 사랑을 몰랐던 시절부제: 너를 길들이기 전에, 나는 너를 잃었다3화. 노을을 마흔세 번 보던 아이아이는 노을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째서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노을을 바라봐야 했던 걸까요. 아이가 살아온 쓸쓸한 삶을 저는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애에게 유일한 낙은 노을이 주는 부드러운 위로였어요. 넷째 날 아침, 아이가 대뜸 말했습니다. "노을이 좋아. 노을 보러 가자." 기다려야 한다고 답하자,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어요. 해가 질 때까지라고 하자 처음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제 말에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는 늘 내 별에 있는 줄 알았네!" 그럴 만도 했어요. 지구에서 노을을 두 번 보려면 미국에서 순식간에 프랑스로 날아가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반면 아이가 살던 아주 작은 별에서는 의자를 몇 걸음 뒤로 물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원할 때면 언제든 몸을 돌려 저무는 해를 볼 수 있었어요. "어느 날은 노을을 마흔세 번이나 봤어!" 아이가 가만히 덧붙였습니다. "그거 알아? 사람이 너무 슬프면 노을이 좋아진다는 거." 그럼 노을을 마흔세 번이나 본 그날, 그렇게도 슬펐던 거냐고 물었지만, 어린 왕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닷새째 되던 날, 이번에도 양 덕분에 아이의 비밀 하나를 더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오랫동안 혼자 품어온 고민을 쏟아내듯 대뜸 물었어요. "양이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어?" 눈에 띄는 건 다 먹는다고 하자, 아이는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러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답하자 아이가 다그쳤어요. "그럼 가시는 대체 무슨 소용이야?" 저도 몰랐습니다. 비행기 엔진에 너무 꽉 조여진 볼트를 푸느라 끙끙대던 참이었어요. 고장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마실 물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했습니다. 아이는 한 번 던진 질문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짜증이 난 저는 되는대로 대답해 버렸습니다. "가시 따위 아무 쓸모 없어! 그냥 꽃들이 심술부리는 것뿐이야."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어린 왕자가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였어요. "안 믿어! 꽃들은 약하고 순진해. 그저 자기 나름대로 안심하고 싶은 거야. 가시를 두르면 자기가 엄청 무서운 존재가 된 줄 알거든." 저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는 이 볼트가 끝까지 안 풀리면 망치로 쳐서 깨버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이가 다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럼 넌 꽃들이 정말로……." "아니, 아니라고! 나는 아무것도 안 믿어! 방금 건 그냥 던진 말이야. 난 지금 아주 중요한 일로 바쁘다고!" 어린 왕자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저를 빤히 쳐다보았어요. 손에는 망치를 쥐고 손가락엔 기름때를 시커멓게 묻힌 채, 볼품없는 쇳덩이 위에 웅크린 제 꼴을 본 것이지요. "당신, 꼭 어른들처럼 말하네!" 그 말에 얼굴이 조금 부끄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가차 없이 몰아붙였어요. "당신은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어. 전부 다 헷갈리고 있다고!" 아이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금빛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소리쳤어요. "내가 아는 어떤 별에는 얼굴이 시뻘건 신사가 살아. 그 사람은 평생 꽃향기 한 번 맡아본 적 없고, 밤하늘의 별 한 번 올려다본 적 없어. 누굴 사랑해본 적도 없이 그저 덧셈만 하며 살았지. 온종일 당신처럼 '나는 진지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잔뜩 우쭐대.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야!" 화가 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어린 왕자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었고, 양들은 그 세월 내내 꽃을 먹어 치웠는데, 꽃들이 왜 그토록 애써 아무 쓸모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려는 게 진지하지 않은 일이냐고, 양과 꽃의 이 오랜 전쟁이 붉은 신사의 덧셈보다 덜 중요하냐고 아이는 따져 물었어요. 온 우주를 통틀어 오직 자기 별에만 피어나는 단 한 송이의 꽃을, 어느 날 아침 작은 양이 무심코 한입에 씹어 삼켜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중요하지 않냐고요. 수백만 개의 별들 중 오직 단 하나에만 피어 있는 꽃을 사랑하게 된다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진다고,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생각할 테니까라고 아이는 말했습니다.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리면 순식간에 우주의 모든 별이 까맣게 꺼져버리는 거나 다름없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냐고요. 아이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와락 울음을 터뜨렸어요. 어느새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저는 쥐고 있던 연장을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망치와 볼트, 지독한 목마름과 코앞에 닥친 죽음마저도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이 지구 위에 당장 위로가 필요한 어린 왕자가 있었으니까요. 아이를 품에 안고 천천히 달랬습니다. "네가 사랑하는 그 꽃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거야. 네 양에게 씌울 입마개를 그려줄게. 꽃을 감싸줄 갑옷도 그려줄게." 하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더 건네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고장 난 엔진 앞에서만 서툴렀던 게 아니었습니다. 눈물의 나라가 얼마나 신비로운 곳인지를 저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4화.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 믿었던 장미 아이의 별에는 원래 꽃잎이 한 장뿐인 소박한 꽃들이 피고 졌어요. 자리도 차지하지 않고 조용히 피었다가 저녁이면 고요히 스러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씨앗 하나가 싹을 텄어요. 아이는 그것이 맺은 커다란 꽃봉오리를 예의 주시했습니다. 꽃은 초록빛 방에 숨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빛깔을 고르고 꽃잎을 하나씩 매만지며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 며칠 뒤 해가 떠오르는 순간 화려하게 피어났습니다. "아, 이제 막 일어났어. 머리도 헝클어져 있는데." 그토록 정성을 들여놓고도 꽃은 능청을 떨었어요. 아이는 벅찬 감탄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름답구나!" "그렇지? 난 해와 한날한시에 태어났거든." 꽃은 거만했지만 아이의 마음을 뒤흔들기엔 충분했어요. 꽃은 아침을 먹을 시간이라며 당돌하게 물을 요구했고, 얼떨떨해진 아이는 맑은 물을 길어와 정성껏 꽃을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꽃의 허영심은 이내 아이를 지치게 했어요. 꽃은 가시 네 개를 세우고는 호랑이가 덤벼도 끄떡없다고 허세를 부리거나, 밤에는 춥다며 바람막이와 유리 덮개를 요구했습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척 거짓말을 하려다 말문이 막히자, 민망함을 감추려 헛기침을 해대며 도리어 아이를 탓하기도 했어요. 정성껏 돌보았음에도 아이는 서서히 꽃을 의심하게 되었고, 가시 돋친 빈말들을 너무 깊이 새겨들은 탓에 스스로 불행해졌습니다. "그 말들을 귀담아듣지 말았어야 했어." 훗날 아이는 제게 털어놓았어요. "꽃이 하는 말은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돼. 그저 바라보고 향기만 맡으면 충분했어. 내 꽃은 별 전체를 향기로 가득 채워주었는데, 난 그걸 온전히 기뻐하지 못했어." 아이는 씁쓸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 애를 믿었어야 했어. 꽃은 원래 그렇게 모순된 존재였는데, 하지만 그때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결국 아이는 철새들의 이동을 틈타 별을 빠져나왔어요. 떠나는 날 아침, 아이는 별을 말끔히 치웠습니다. 밥을 데우는 데 쓰던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하나까지 정성껏 닦아냈어요. 마지막 바오밥나무 싹들을 솎아낼 때, 아이는 한없이 서글퍼졌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익숙한 손길이 그날따라 유독 달콤하게 느껴졌어요.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려는 순간 왈칵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잘 있어." 꽃은 대답 없이 헛기침만 했어요. 감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어. 미안해. 부디 행복해." 불평 대신 차분하게 진심을 전하는 꽃의 모습에 아이는 당황했어요. "그래, 널 사랑해. 그건 내 잘못이야.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이겠어. 너도 나만큼이나 어리석었지. 부디 행복해. 그리고 그 덮개는 그냥 둬." "하지만 바람이 불면……." "밤공기가 오히려 내게 좋을 거야. 난 꽃이니까." "하지만 짐승들이……." "나비를 보려면 애벌레 두세 마리쯤은 견뎌야지. 나비는 정말 아름답잖아. 안 그러면 대체 누가 날 찾아오겠어? 너는 멀리 떠날 텐데. 덩치 큰 짐승들은 무섭지 않아. 내게도 발톱이 있으니까." 꽃은 가시 네 개를 내보이며 순진하게 말했습니다. "꾸물대지 말고 어서 가. 떠나기로 했잖아." 우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그 꽃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어요. 아이는 하나뿐인 장미를 남겨둔 채, 그렇게 별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사랑을 뒤로한 채, 작은 별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이상한 어른들로 가득한 곳이었어요. ☕ 독서 후 한 잔, 화사한 풍미의 예가체프 드립백 커피 보기

양 한 마리만 그려줘 — 어린 왕자 줄거리 1화

양 한 마리만 그려줘 — 어린 왕자 줄거리 1화

1부. 사막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다부제: 양 한 마리만 그려줘사하라 사막 한복판, 엔진이 멈춘 비행기 곁에서 한 남자가 낯선 목소리에 잠을 깹니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 물도 길잡이도 없이 죽음과 마주한 그 밤, 이렇게 시작된 만남이 훗날 가장 이상하고도 가장 잊을 수 없는 우정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1화. 사막에서 만난 이상한 부탁 여섯 살 무렵, 원시림에 관한 책에서 본 그림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보아뱀이 짐승을 통째로 삼키고 여섯 달 동안 꼼짝없이 소화만 시킨다는 대목이었어요. 그 장면이 궁금해 색연필로 첫 그림을 그렸는데, 어른들에게 보여주자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모자"였습니다. 사실 그 그림은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이번엔 뱀 속을 그대로 그려 보여줬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어른들은 그림 대신 지리와 역사, 산수와 문법을 배우라고 했고, 그렇게 여섯 살에 화가의 꿈을 접었어요.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들어야만 이해했고, 아이에게는 그것이 참 피곤한 일이었어요. 화가 대신 조종사가 되어 세계를 날아다니게 됐을 때, 뜻밖에도 그 지리 지식이 쓸모가 있었어요. 길을 잃어도 그곳이 중국인지 애리조나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살면서 제법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간직해온 그림을 보여줬지만,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이건 모자군요." 그 뒤로는 보아뱀도 원시림도 별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브리지와 골프와 정치와 넥타이 이야기만 나눴어요. 어른들은 그런 사람을 상식적이라며 반겼습니다. 그렇게 혼자 지내던 6년 전, 사하라 사막에서 엔진이 고장 났어요. 정비사도 동승자도 없이, 겨우 여드레치 물만 지닌 채였습니다. 첫날 밤 사람 사는 곳에서 천 마일 떨어진 모래 위에서 잠들었으니, 뗏목에 매달린 조난자보다도 고립된 처지였던 셈이에요. 새벽녘, 낯선 목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서 있었어요. 길을 잃거나 지치거나 겁에 질린 기색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 신비로워 차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어요. 그림이라곤 보아뱀뿐이라 그것부터 다시 그렸더니 아이는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내가 사는 별은 아주 작아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양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벌써 병들었잖아" 하며 퇴짜를 놓았고, 다시 그려도 같은 반응이었어요. 다음 그림엔 뿔이 있다며 숫양이라고 웃었고, 그다음엔 너무 늙었다며 오래 사는 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엔진 수리가 급했던 터라 인내심이 바닥나, 상자 하나를 대충 그려 툭 내밀었어요. "이게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딱 원하던 거라며, 그 양에게 풀이 많이 필요하겠느냐고 물었어요. 집이 워낙 좁으니 넉넉할 거라 답하자, 아이는 그림 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렇게 작지도 않네… 봐, 벌써 잠들었어." 그렇게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2화. 집보다 작은 별에서 온 아이 비행기에 관한 질문 하나로, 이 아이가 하늘에서 왔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질문은 늘 아이의 몫이었고, 되묻는 물음에는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어요. 무심코 흘린 말들이 쌓이고 나서야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조금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본 날,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건 뭐냐고 물었어요. 조종사라는 사실이 내심 뿌듯해 날아다니는 내 비행기라고 말하자, 아이가 외쳤습니다. "그럼 하늘에서 떨어졌겠네!"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맑은 웃음을 터뜨렸어요. 불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길 바랐던 입장에서는 그 웃음이 못내 거슬렸습니다. 그러더니 아이가 되물었어요. 그럼 당신도 하늘에서 온 거냐고, 어느 별에서 왔냐고요. 그 말에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 되묻자, 아이는 대답 대신 비행기를 바라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런 걸 타고는 그리 멀리서 오지 못했을 거라고 중얼거리더니, 한참을 생각에 잠겼어요. 궁금증이 생겨 캐물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집'은 어디인지, 양은 어디로 데려갈 셈인지. 깊은 생각 끝에 아이가 입을 열었어요. 상자가 좋은 건, 밤에는 양의 집이 되어준다는 점이라고요. 낮에 묶어둘 밧줄과 말뚝도 주겠다고 하자 아이는 충격받은 얼굴이었습니다. 묶어두지 않으면 아무 데나 가다 길을 잃을 거라 하자, "어디로 가겠어!" 아이는 다시 웃으며 되물었어요. "그냥 앞으로 곧장 걸어가겠지"하고 말하자, 아이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 별은 너무 작아." 그러고는 조금 쓸쓸한 투로 덧붙였어요. "곧장 가봐야, 그리 멀리는 못 가." 그렇게 아이가 온 별이 겨우 집 한 채 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구나 화성처럼 이름 붙은 큰 행성 말고도, 망원경으로 겨우 보일 만큼 작은 별이 수백 개나 있고, 천문학자들은 그런 별을 발견하면 숫자로 이름을 붙이니까요. 이 아이가 온 별은 소행성 B-612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1909년, 한 튀르키예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딱 한 번 관측한 별이었어요. 국제 천문학 회의에서 이 발견을 성대하게 발표했지만, 이국적인 옷차림 탓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훗날 튀르키예의 한 독재자가 자국민에게 유럽식 정장을 입도록 명령하면서 소행성의 명예도 함께 회복되었어요. 1920년,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다시 발표석에 선 천문학자의 말은 그제야 모두가 믿어주었습니다. 이런 숫자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건 어른들의 습성 때문이에요. 새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면, 목소리가 어떤지 무슨 놀이를 좋아하는지 묻는 법이 없습니다. 대신 나이가 몇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아버지가 얼마를 버는지부터 묻고는, 그제야 그 친구를 안다고 여기지요. "창가에 제라늄이 피고 지붕엔 비둘기가 앉은 분홍빛 벽돌집을 봤어요"라고 말하면 전혀 상상하지 못하다가, "10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해야 비로소 감탄하는 식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아이가 매력적이고 잘 웃고 양을 갖고 싶어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존재를 믿어주지 않을 어른들도, 소행성 B-612에서 왔다는 말 한마디엔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캐묻지 않을 거예요. 사실 이 이야기는 "옛날 옛적, 자기 몸보다 조금 큰 별에 살던 어린 왕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친구가 필요했어요"라고 시작하는 편이 훨씬 더 진실하게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친구가 양을 데리고 떠난 지 벌써 6년, 그를 잊지 않으려 다시 그림물감과 색연필을 샀습니다. 아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그의 별과 여행에 대해서는 매일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그러던 사흘째 되던 날 알게 된 건 바오밥나무의 위협이었어요. 이번에도 양 덕분이었습니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 게 맞느냐고 심각한 얼굴로 아이가 물었어요. 그렇다고 하자 안도하더니, 곧바로 바오밥나무도 먹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라 교회만큼 거대해서, 코끼리 떼를 몰고 가도 한 그루조차 먹어치우지 못할 거라 일러주자 아이는 코끼리를 위로 차곡차곡 쌓으면 된다며 웃었어요. 하지만 이내 진지하게 바오밥나무도 크기 전엔 작은 새싹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별에도 좋은 풀과 나쁜 잡초가 뒤섞여 자랐습니다. 씨앗들은 보이지 않는 흙 속에 잠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조심스레 싹을 틔우는데, 무나 장미라면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해로운 식물이라면 알아보는 즉시 뽑아야 했어요. 그 별에는 바오밥나무 씨앗이 지천이었고, 조금만 늦어도 뿌리가 별 전체를 뚫고 들어가 결국 별을 산산조각 내버리니까요. 아이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침마다 세수를 하듯 별도 정성껏 돌봐야 하고, 장미 싹과 아주 비슷해 보일 때 바오밥 싹을 구별해 뽑아내는 일은 지루하지만 아주 쉬운 일이라고 했어요. 어느 날 아이는 지구의 아이들도 이 위험을 알 수 있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게을러서 어린 나무 세 그루를 방치했던 별을 하나 안다면서요. 그 부탁대로 그린 그림이 이 책에서 가장 공들인 한 장이 되었어요. 평소라면 훈계조를 꺼리지만, 바오밥나무의 위험만큼은 너무 치명적이라 이번엔 예외를 둡니다. "아이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해라."이렇게 어린 왕자는 자신이 떠나온 작은 별의 사정을 하나씩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시작된 이 대화가 앞으로 어떤 별들, 어떤 어른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지는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 📖 현대적 감각의 번역본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