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반가운 손님, 조의 뒷모습 — 위대한 유산 줄거리 5화

반갑지 않은 반가운 손님

조가 런던에 온다는 편지를 받은 핍의 첫 반응은 반가움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돈을 내고서라도 이 방문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허버트나 매슈 포켓 앞은 그나마 괜찮지만,

자신이 속으로 얕보는 드러믈 앞에 조가 어색하게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이 장면은 이번 회차의 핵심 감정을 미리 드러냅니다.

핍은 자신을 키워준 사람보다, 자신을 어떻게 볼지 모르는 타인의 시선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모자 하나 놓을 곳이 없는 아침

위대한 유산 5화

찾아온 조는 새로 익힌 예의범절을 어설프게 따라 하며,

핍을 “나리”라고 불렀다가 다시 “핍”이라고 고쳐 부르는 등 연신 머쓱해합니다.

손에 든 모자 하나조차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난로 선반에 올렸다가 다시 떨어뜨리기를 반복합니다.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닙니다.

조는 자신에게 낯선 세계의 규칙을 어떻게든 따라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서툰 노력은 모두 핍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하지만 핍은 그 애정을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편함으로만 느낍니다.

식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는 포크를 어색하게 쥐고 음식을 흘렸으며,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가 이유 없이 헛기침을 합니다.

핍은 속으로 허버트가 어서 자리를 비워주기만을 바랍니다.

그 마음은 핍이 자신의 뿌리를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용건, 그리고 부끄러움의 이유

허버트가 자리를 비우자 조는 비로소 찾아온 이유를 꺼냅니다.

미스 해비셤이 사람을 보내,

에스텔라가 집으로 돌아왔으니 핍이 찾아오면 반가워할 것이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핍의 마음은 순식간에 흔들립니다.

이 소식을 미리 알았더라면 조를 훨씬 더 살갑게 대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스치고,

바로 그 생각 때문에 다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조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에스텔라라는 한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핍은 처음으로 뼈아프게 깨닫습니다.

대장간과 신사의 세계는 다른 자리라는 말

용건을 전한 조는 저녁도 함께하지 않은 채 일어섭니다.

붙잡는 핍에게 그는 담담히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가 있고,

자신과 핍은 이제 예전처럼 같은 자리에 설 수 없는 사람들이 된 것 같다고.

그 말에는 원망도, 서운함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어색한 만남이 자신의 탓인 것처럼 말하며,

자신을 보고 싶으면 대장간 창문으로 찾아오라고 웃으며 덧붙입니다.

그리고 조용히 계단을 내려갑니다.

이 장면에서 신분과 애정 사이에서 먼저 물러서는 사람은 핍이 아니라 조입니다.

조는 자신의 존재가 핍의 새로운 삶에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스스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섭니다.

그 선택에는 체념도 원망도 없이 오직 핍을 향한 조용한 배려만이 담겨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핍이 본 것은 이미 사라진 조의 뒷모습뿐이었습니다.

그날 핍은 오래도록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조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용건을 전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지막에 떠나던 조의 뒷모습은 흠잡을 데 없이 당당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오히려 지금의 핍이 얼마나 초라해졌는지를 말없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6화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런던의 밤, 핍의 방 계단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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