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노인과 바다 줄거리 1화: 84일의 불운, 노인과 소년

노인과 바다 줄거리 1화: 84일의 불운, 노인과 소년

여든네 번째 되는 날에도 산티아고의 배는 빈손이었습니다. 멕시코만으로 홀로 조각배를 저어 나가는 늙은 어부에게, 여든네 번이라는 숫자는 이제 마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이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 마흔 날 동안은 소년 마놀린이 함께였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에게 '살라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악의 불운이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소년은 결국 다른 배로 옮겨갔고, 그 배는 첫 주에만 큰 고기를 세 마리나 낚았습니다. 그런데도 소년의 마음은 노인에게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저녁 빈 배를 몰고 돌아오는 노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고, 그래서 여전히 낚싯줄과 갈고리를 함께 날랐습니다. 노인의 돛은 밀가루 포대를 덧대어 기운 것이었는데, 접힌 채로 있으면 마치 오래된 패배를 그대로 걸어놓은 깃발처럼 보였습니다. 노인의 몸에는 그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마른 몸에 목덜미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고, 열대의 햇빛을 오래 받은 뺨에는 피부 반점이 번져 있었어요. 손에는 무거운 물고기와 씨름하며 생긴 흉터들이 새겨져 있었지만, 어느 것도 새것은 아니었습니다. 물고기 없는 사막처럼 메마르고 오래된 흉터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늙어버린 가운데, 딱 하나 눈빛만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닮은 그 눈은 여전히 맑고 명랑했고, 패배를 몰랐습니다. 둑을 오르던 소년은 다시 함께 바다에 나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제 돈도 좀 벌었으니 상관없지 않냐고요. 노인은 짧게 거절합니다. "안 돼. 넌 운 좋은 배에 타고 있잖니." 소년은 예전에 87일 동안 빈손이었다가 그다음 3주 내내 큰 놈을 낚았던 일을 꺼내 보이지만, 노인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아빠의 말을 따라야 하는 소년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것이었어요. 대신 노인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하지만 우리한텐 믿음이 있잖니." 이 짧은 주고받음 속에는 혈연은 아니지만 오래도록 서로를 지켜봐 온 두 사람의 신뢰가 담겨 있습니다. 테라스에 앉은 두 사람 곁으로 그날 청새치를 낚아 돌아온 다른 어부들이 곁을 지나갑니다. 몇몇은 노인을 놀리지만 그는 화내지 않고, 나이 든 어부들은 안쓰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그날의 물살과 날씨를 이야기할 뿐입니다. 소년은 내일 쓸 미끼를 구해오겠다며 자리를 뜨고, 노인은 필요한 건 한 마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소년은 굳이 두 마리를 가져오겠다고 고집합니다. 이 작은 실랑이 끝에 노인이 건네는 "고맙다"는 말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무게를 지닙니다. 이만큼 오래 살아온 사람이 언제부터 이런 겸허함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일도 자존심을 잃는 일도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두 사람은 짐을 챙겨 오두막으로 향합니다. 야자잎으로 엮은 좁은 오두막 안에는 침대와 탁자, 의자 하나, 그리고 흙바닥에 자리한 화덕이 전부였습니다. 벽에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남긴 그림 두 점이 걸려 있었어요. 한때 아내의 채색 사진도 걸어두었지만, 그걸 볼 때마다 밀려오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지금은 선반 위 깨끗한 셔츠 아래 넣어두었습니다. 이 짧은 묘사만으로도 노인이 지고 있는 상실의 무게를 굳이 설명하지 않고도 짐작하게 해줍니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있지도 않은 그물채와 생선 요리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습니다. 소년도 노인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매일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실제로 소년이 가져온 것은 마틴이 챙겨준 도시락, 검은 콩밥과 튀긴 바나나, 스튜와 맥주 두 병이었습니다. 노인은 마틴에게 고맙다고 전해야겠다 말하지만, 소년은 이미 전했으니 됐다고 답합니다.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이 실제로 나누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배려를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처럼 보입니다. 밥을 먹으며 두 사람은 야구 이야기를 나눕니다. 노인은 아메리칸 리그에서 양키스가 최고라 믿었고, 소년이 오늘 졌다는 소식을 전하자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아무 의미 없어. 위대한 디마지오는 여전히 디마지오야." 이 짧은 대꾸는 단순한 야구 팬심을 넘어 84일이라는 시간 동안 쉽게 흔들리지 않은 노인의 믿음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여줍니다. 노인은 문득 여든다섯이 행운의 숫자라 말하고, 소년은 내일이 바로 85일째이니 복권을 사보자고 제안합니다. 노인은 빌릴 수는 있지만 되도록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답합니다. 빌리는 것에서 시작해 결국 구걸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어요. 이 짧은 대화 속에는, 가난 속에서도 스스로 지키고 싶어 하는 노인의 마지막 자존심이 담겨 있습니다. 밤이 깊어지고 소년이 낡은 담요를 노인의 어깨에 덮어줍니다. 내일은 아직 어두울 때, 그 누구보다 멀리 나갈 생각으로 노인은 잠자리에 듭니다. 다음 화에는 여든네 번의 빈 손과 한 소년의 변함없는 곁이, 여든다섯 번째 아침을 향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처음 읽는다면 이 번역본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