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윤회의 끝, 그리고 강가에서 — 싯다르타 줄거리 4화

윤회의 끝, 그리고 강가에서 — 싯다르타 줄거리 4화

세월이 흐르며 싯다르타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 속에서 그는 어느새 사문 시절 자신을 지탱하던 그 예민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한때 그가 조롱하며 내려다보던 '아이 같은 사람들'의 탐욕과 불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라는 병을, 이제는 그 자신이 고스란히 앓고 있었습니다. 특히 주사위 노름은 그를 서서히 갉아먹었습니다. 재물을 경멸한다면서도 그것에 매달리는 자신의 모순을, 그는 술 취한 사람처럼 아프게 학대하며 늙어갔습니다. 어느 날 밤, 카말라의 얼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던 그는 그녀의 눈가에서 노년과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읽어냅니다. 그 뒤로 이어진 방탕한 밤 끝에, 그는 극심한 환멸과 자기혐오에 사로잡혀 잠들지 못합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카말라가 기르던, 황금 새장 속에서 늘 아름답게 노래하던 그 작은 새가 죽어 있는 꿈이었습니다. 잠에서 깬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이 손수 버린 것은 그 새가 아니라, 자기 안의 가장 선하고 소중한 무언가였다는 것을요. 망고나무 정원에 홀로 앉아 지나온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본 싯다르타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의미 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유희에 지나지 않았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재산도 사람도 미련 없이 버려둔 채 도시를 영영 떠납니다. 카말라는 그의 실종 소식에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언제고 이런 날이 오리라 짐작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녀는 기르던 새를 새장에서 꺼내 하늘로 날려 보내고, 조용히 문을 걸어 잠급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속에 싯다르타의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싯다르타는 젊은 시절 건넜던 바로 그 강에 다다릅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가슴속의 새마저 이제는 완전히 죽었다고 느낀 그는, 나무 둥치에 몸을 기대고 강물을 내려다봅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던지려 합니다. 바로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전 잊고 있던 소리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완성을 뜻하는 성스러운 진언, '옴(Om)'이었습니다. 그 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잠들어 있던 정신이 번쩍 깨어났고, 그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려 했는지 그제야 실감합니다. 그는 나무뿌리에 머리를 기댄 채, 낮은 소리로 옴을 되뇌며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눈을 뜬 그의 곁에는 낯선 승려 한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위험한 곳에서 잠든 그를 걱정해 곁을 지키다 자신도 함께 잠들어버린 참이었지요.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도 그는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헤어지려는 순간, 싯다르타가 먼저 다정하게 그 이름을 불렀습니다. "잘 가라, 고빈다." 그제야 고빈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옛 친구를 알아봅니다. 어디로 가느냐는 고빈다의 물음에 싯다르타는 답합니다.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그저 순례를 하고 있을 뿐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순례자라니 이상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옷도 머리 모양도 몸조차도 영원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세상에 덧없지 않은 것은 없다고 조용히 답합니다. 고빈다는 잠시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의 길을 떠나갑니다. 친구가 떠난 뒤, 싯다르타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마음 가득 기쁨과 사랑이 차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낯선 충만함이었지요. 그는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오랜 방황이 실은 기이하지만 필요한 우회로였다는 것을요. 사제이자 사문으로서 굳어 있던 오만한 자아를 죽이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고상한 가르침이 아니라 스스로 죄와 절망의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경험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걸 그제야 깨닫습니다. 그리고 함께 떠올린 사실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한때 스스로를 지탱하던 힘, ‘기다리고 생각하고 단식하는’ 능력조차 어느새 그에게서 사라졌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잃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낡은 자아는 그렇게 강물 속에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했던 가슴속의 새가, 다시 기쁘게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싯다르타는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가는 이 강물 곁에, 이제 오래도록 머물기로 마음먹습니다. ☕ 독서 후 즐기는 깊은 향의 이디야 페르소나 드립백 커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