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별
- Zipyears
- 22 Jul, 2026
어른들은 참 이상해 — 어린 왕자 줄거리 3화
3부. 여섯 개의 별, 여섯 어른부제: 어른들은 참 이상해5화. 아무것도 다스리지 않는 왕어린 왕자가 일자리를 구하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곳은 소행성 325호에서 330호 사이, 그중 첫 번째 별이었어요. 그곳에는 자줏빛과 흰담비 털옷을 두르고 위엄 있는 왕좌에 앉은 늙은 왕이 살았습니다. 신하가 단 한 명도 없는 아주 작은 별이었지만, 왕은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오, 신하가 왔군!" 하며 반색했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하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별이 온통 화려한 망토로 뒤덮여 앉을 곳을 찾지 못한 어린 왕자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선 채로 하품을 했습니다. 왕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즉각 하품을 금지했어요. 하지만 먼 여행 탓에 도무지 참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이번엔 당장 하품을 하라고 명령을 바꿨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권위가 무조건적인 존중을 받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왕은 본래 선한 사람이라, 백성이 따를 수 있는 합리적인 명령만 내렸습니다. 권위는 무엇보다 이성에 근거해야 하며, 바다에 뛰어들라고 명령하면 혁명이 일어날 거라는 게 그의 철학이었어요. 왕은 자신이 우주 전체의 별들을 다스리며, 별들조차 즉시 복종한다고 자랑했습니다. 그 절대적인 힘에 매료된 어린 왕자는 해가 지도록 명령해달라고 조심스레 부탁했어요. 원할 때마다 노을을 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왕은 통치의 지혜를 들먹이며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저녁 7시 40분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둘러댔습니다. 노을을 볼 수 없게 되자 실망한 어린 왕자가 길을 떠나려 하자, 신하를 잃기 싫었던 왕은 다급히 그를 법무대신으로 임명하려 들었어요. 재판할 사람조차 없는 별에서, 왕은 남을 재판하기보다 어려운 자기 자신을 재판해보라고 회유했습니다. 그마저 싫다면 밤마다 소리를 내는 늙은 쥐에게 사형을 선고하되, 별에 남은 유일한 쥐이니 매번 사면해서 살려주라는 억지를 부렸어요. 스스로를 재판하는 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사형 선고는 내리고 싶지 않았던 어린 왕자는 발길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떠나기 전 한마디를 더 보탰어요. "폐하께서 정확한 복종을 원하신다면, 제게 이치에 맞는 명령을 내려주실 수 있을 거예요. 1분 안에 떠나라고 명령하시면 될 텐데요. 지금이 딱 그럴 조건인 것 같습니다만." 왕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어린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한숨을 내쉬고는 떠났습니다. 그 등 뒤로 왕은 서둘러 대사 임명장을 내리며 억지스러운 위엄을 지켰어요. 어린 왕자는 여행 내내 중얼거렸습니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찬양만 듣는 허영쟁이두 번째 별에는 허영쟁이가 살았어요.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아! 드디어 나를 찬양하는 사람이 왔군!" 하며 환호했습니다. 허영쟁이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팬으로 보였지요. 어린 왕자가 우스꽝스럽게 생긴 모자에 관해 묻자, 허영쟁이는 사람들이 환호할 때 답례로 흔들기 위한 것이라며 손뼉을 쳐보라고 가르쳤어요. 어린 왕자가 손뼉을 치면 허영쟁이는 모자를 들어 겸손하게 인사했습니다. 왕의 별보다 흥미로웠다고 느낀 것도 잠시, 5분 남짓 같은 놀이를 반복하자 어린 왕자는 금세 지루해졌어요. 모자를 떨어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허영쟁이의 귀에는 칭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뜸 어린 왕자에게 자신이 이 별에서 가장 잘생기고, 가장 옷을 잘 입으며,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존경해달라고 졸랐어요. 이 별엔 혼자뿐이지 않느냐는 핀잔에도 허영쟁이는 무작정 존경을 강요했습니다. 결국 어린 왕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존경할게요"라고 말해주었어요. 하지만 그깟 인정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허영쟁이의 별을 떠나며 다시 한번 생각했어요. "어른들은 정말 별나다."6화.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는 어른이번 별의 방문은 아주 짧았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만남이 어린 왕자를 가장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여기서 뭐 하세요?" 빈 병들과 가득 찬 병들을 늘어놓고 말없이 앉아 있는 술꾼에게 물었습니다. "마셔." 술꾼이 침울한 얼굴로 답했어요. "왜 마셔요?" "잊으려고." "뭘 잊으려고요?" 이미 안쓰러운 마음이 든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부끄러운 걸 잊으려고." 술꾼이 고개를 떨구며 고백했어요. "뭐가 부끄러운데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다시 물었습니다. "술 마시는 게 부끄럽지!" 술꾼은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어린 왕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른들은 정말 별나다." 네 번째 별은 사업가의 별이었습니다. 어찌나 바쁜지 어린 왕자가 도착했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어요. "안녕하세요. 담뱃불이 꺼졌네요." "3 더하기 2는 5, 5 더하기 7은 12, 12 더하기 3은 15, 안녕. 15 더하기 7은 22, 22 더하기 6은 28. 다시 붙일 시간이 없네. 26 더하기 5는 31. 휴! 그러니까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칠백삼십일이야." "오억이 뭐예요?" "응? 아직도 있었네? 오억… 몰라… 할 일이 너무 많아! 난 진지한 사람이야, 쓸데없는 데 시간 안 써!" "오억이 뭐냐고요." 평생 한번 던진 질문은 절대 포기한 적 없는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어요. 사업가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습니다. "이 별에서 54년째 살면서 딱 세 번 방해받았어. 첫 번째는 22년 전,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풍뎅이 한 마리 때문이었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덧셈에서 오류를 네 개나 냈어. 두 번째는 11년 전, 류머티즘이 도졌을 때고. 세 번째가 바로 지금이야!" "오억이 뭐예요?" 사업가는 계산을 멈추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하늘에 있는 반짝이는 것들." "별이요?" "그래, 별." "그 오억 개 별로 뭘 하는데요?"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소유하는 거야." "별을 가졌다고요?" "응." "그런데 별을 소유하는 게 무슨 쓸모가 있어요?" "부자가 되는 거지."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다른 별을 발견하면 또 사는 거지." '이 아저씨는 술꾼 아저씨랑 좀 비슷하게 생각하네.'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래도 궁금해서 계속 물었습니다. "어떻게 별을 소유할 수 있어요?" "그럼 별들이 누구 거야?" 사업가가 퉁명스레 되물었어요. "몰라요. 아무도 아니지 않을까요." "그럼 내 거지, 내가 제일 먼저 그 생각을 했으니까." "그거면 충분해요?" "당연하지. 주인 없는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 네 거야. 주인 없는 섬을 발견하면 네 거야. "그래서 나도 별을 소유한 거야. 나보다 먼저 그걸 소유할 생각을 한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걸로 뭘 해요?" "관리하지. 세고 또 세는 거야.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난 진지한 사람이니까!" 어린 왕자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저는 목도리가 있으면 목에 두르고 가져갈 수 있어요. 꽃이 있으면 그 꽃을 꺾어서 가져갈 수 있고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을 딸 수가 없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은행에 넣어둘 수는 있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작은 종이에 내가 가진 별의 개수를 적어. 그리고 그 종이를 서랍에 넣고 잠그는 거야." '재밌네.' 어린 왕자는 생각했습니다. '시적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다지 진지한 일은 아니야.' 어린 왕자는 어른들이 말하는 '진지한 일'에 대해 아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요," 어린 왕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매일 물을 주는 꽃이 하나 있어요. 매주 청소하는 화산도 세 개 있고요. 사화산도 청소해줘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가 화산들을 소유하는 건 화산에게도 도움이 되고, 제가 꽃을 소유하는 건 그 꽃에게도 도움이 돼요. 그런데 아저씨는 별들에게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요…" 사업가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대답도 찾지 못했어요. 어린 왕자는 그렇게 그 별을 떠났습니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대단히 이상하다." 여행 내내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화산과 꽃을 아끼는 일과 별을 종이 위 숫자로만 남겨두는 일, 둘 중 무엇이 진짜 '소유'인지, 어린 왕자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7화. 명령만 따르다 잠들지 못하는 사람다섯 번째 별은 유난히 작고 기묘했어요. 가로등 하나와 그것을 켜고 끄는 가로등지기 한 사람이 겨우 머물 만한 크기였습니다. 인적 없는 하늘 한복판에 가로등과 가로등지기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 사람도 앞서 만난 왕이나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처럼 우스꽝스러울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그의 일에는 의미가 있어.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 꽃 한 송이가 새로 피어나고, 등을 끄면 그것들을 잠재우는 것과 같으니까.' 별에 도착한 어린 왕자가 정중히 인사를 건넸습니다. "방금 왜 등을 끄셨어요?" "명령이니까. 안녕." "그게 무슨 명령인데요?" "가로등을 끄라는 명령이지. 안녕히." 그가 다시 등을 켰어요. "왜 다시 켠 거예요?" "명령이니까." "이해가 안 돼요." "이해할 건 없어. 명령은 그저 명령일 뿐. 안녕." 다시 등을 끈 그는 붉은 체크무늬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습니다. "정말 고된 직업이야. 옛날에는 합리적이었지. 아침에 끄고 밤에 켰거든." "그 뒤로 명령이 바뀌었나요?" "명령이 그대로라는 게 비극이지! 별이 해마다 점점 더 빨리 돌아서 이제는 1분에 한 바퀴씩 회전하는데, 명령은 바뀌지 않았어. 그래서 1분마다 불을 켜고 꺼야 해." "정말 재밌네요! 아저씨네 별에서는 하루가 1분이라니!" "하나도 안 재밌어.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거든." "한 달이요?" "그래, 30분이니까 30일이지! 안녕." 그는 다시 가로등을 켰어요. 어린 왕자는 명령에 그토록 충실한 가로등지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에 의자를 옮겨가며 노을을 좇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여 친구를 돕고 싶어졌어요. "원할 때 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별이 너무 작아서 세 걸음만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잖아요. 그저 해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돼요." "별로 도움이 안 돼. 내 평생소원은 잠을 자는 거거든." 가로등지기가 대답했습니다. "운이 없네요." "운이 없지. 안녕." 그가 다시 등을 껐어요. 길을 떠나며 어린 왕자는 생각했습니다. '다른 별의 왕이나 허영쟁이, 사업가들은 이 일꾼을 얕잡아 보겠지. 하지만 내 눈엔 그들 중 이 사람만이 우스꽝스럽지 않아. 어쩌면 그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어린 왕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친구로 삼고 싶었던 사람은 오직 그뿐이었는데, 별이 너무 작아서 둘이 함께 머물 자리가 없어.' 사실 어린 왕자가 그 별을 떠나며 가장 아쉬워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수도 없이 노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차마 털어놓지 못했지요. 탁상공론에 빠진 지리학자여섯 번째 별은 앞선 곳보다 열 배나 거대했어요. 그곳에는 두꺼운 책을 집필하는 늙은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왕자를 보자마자 탐험가가 왔다며 환호했어요. 어린 왕자는 숨을 고르며 방대한 별을 감탄하듯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워요. 바다나 산, 사막도 있나요?" "그건 나도 모른다." 지리학자가 태연히 답했어요. 어린 왕자가 지리학자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반문하자, 그는 자신은 서재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지리학자는 산과 강을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탐험가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이란다. 만약 누군가의 기억이 흥미로우면 그의 도덕성부터 조사하지. 거짓말쟁이나 술꾼의 말을 믿었다가 책에 큰 재앙이 닥치면 안 되니까." 지리학자는 어린 왕자에게 탐험가가 되어 달라고 청했어요. 어린 왕자가 자기 별에 있는 작은 활화산 두 개와 사화산 하나, 그리고 꽃 한 송이에 대해 설명하자, 지리학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우리는 꽃은 기록하지 않아. 꽃은 덧없는 존재니까." "제 꽃이 제일 예쁜데, '덧없다'는 게 무슨 뜻이죠?" "지리책은 유행을 타지 않는 영원한 것들만 기록한단다. 바다가 마르거나 산이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지. 하지만 꽃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을 안고 태어나니까." '내 꽃은 덧없구나.' 어린 왕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 맞서 자신을 지킬 무기라곤 고작 가시 네 개뿐인데, 나는 그 애를 별에 혼자 남겨두고 와버렸어!' 지독한 후회가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덮쳤어요. 하지만 애써 슬픔을 누르고 지리학자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었습니다. "지구로 가보렴. 평판이 꽤 좋은 곳이거든." 어린 왕자는 홀로 남겨둔 장미가 자꾸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는 지리학자가 알려준 지구를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어요. 어린 왕자는 지리학자가 추천한 마지막 목적지, 지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린 왕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뜻밖의 존재였어요. 🍵 고전의 여운을 향기로운 차 한 잔과 함께,런던프룻앤허브 티 컬렉션 보기